[사설] 정치권, GM 사태에 섣불리 개입하지 말라

입력 2018-02-19 18:10
정치권이 GM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우려스럽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정치권 개입은 우리 정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펴는 GM이 노리는 바다. 이러한 중구난방식 해법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 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GM 대책 TF를 구성하고 19일 부품업체 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와 회사, 노조도 만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후 첫 현장 행보로 이날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GM 사태를 논의했다. GM이 한국GM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군산에서 열려고 하다 바꾼 것이라고 한다. 전북 내 1당을 자처하는 민주평화당도 GM 군산공장 폐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군산공장 노조와 면담을 했다. 주중에는 군산도 방문할 예정이다. 여야는 GM 사태를 놓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위치한 호남은 여야가 지방선거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표밭이다. 한국GM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30만개의 일자리가 연관돼 있는 데다 선거의 중요한 교두보인 호남지역 민심이 걸려 있어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경제와 수십만 근로자들의 생사가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정쟁 소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경영실사 결과를 지켜보며 냉철한 판단을 하도록 자중해야 할 때다. GM 사태의 책임을 따지자면 정치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 GM 철수설이 제기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정감사에서도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GM 이사회의 주요 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지난해 10월 끝나 법적으로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도 막을 장치가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러 차례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방관하고 있던 정치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한국GM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경영 자료를 요구했지만 한국GM 측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논란부터 이윤을 본사로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한국GM의 경영 실패에 대한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30만 일자리를 볼모로 지원을 압박하는 GM에 끌려가선 안 된다. GM은 2013년부터 이윤이 나지 않는 해외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다. 정부가 일시적 지원에 나선다 하더라도 호주에서처럼 ‘먹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GM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4위로 뒤처질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