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부과 위해 TF 꾸려 검사
너무 오래돼 관련 자료 안 남아
계좌 내역 못 찾으면 부과 못해
금융감독원이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계좌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검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건희 차명계좌의 과징금 기준 자산파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앞으로 2주간 이 회장 차명계좌의 거래명세, 잔고 등을 추적한다고 19일 밝혔다. 검사 대상은 지난 12일 법제처가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금융투자회사 4곳(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의 계좌 27개다.
법제처는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가 실명제 이후 돈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실명전환의무 기간에 타인의 명의로 실명을 확인했더라도 실제 계좌 주인의 이름으로 전환하지 않은 이상 규제를 어겼다고 본 것이다. 1500개에 달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27개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졌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90년대 만들어진 계좌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법상 금융회사의 거래 관련 데이터 보관 의무기간은 10년에 그친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의 차명계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계좌 잔고, 거래 내역 등 정보가 남아있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 차명계좌 내역을 얻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다.
금감원은 검사 TF에 IT 관련 전문인력을 집중 투입해 금융회사의 전산 데이터를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장담할 순 없지만 전산망에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차명계좌 관련 데이터를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금감원, 이건희 차명계좌 추적 착수
입력 2018-02-19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