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투혼… 불모지에 길 내는 개척자들

입력 2018-02-20 05:00
동계스포츠 불모지 출신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지 않았던 길’에 도전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스켈레톤 선수 아콰시 프림퐁(32·가나), 알파인스키 선수 사브리나 시마더(20·케냐), 스켈레톤 선수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7·나이지리아). AP뉴시스

가나·나이지리아 스켈레톤-케냐 알파인 스키 선수 첫 출전

평창 무대 서기까지 여정 험난
실력 부족하지만 끝까지 최선

관중, 성적보다 올림픽 정신으로
도전하는 선수들에 환호로 화답

동계스포츠 불모지에서 온 이들의 도전 정신은 빛났다. 비록 메달을 건지지 못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겪은 험난한 여정을 혼신의 레이스로 증명했다. 아콰시 프림퐁(32·가나), 사브리나 시마더(20·케냐),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7·나이지리아) 등은 각국의 첫 출전 기록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겼다.

가나 최초의 스켈레톤 선수인 프림퐁은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3차 시기에서 53초69를 기록해 1∼3차 합계 2분24초12로 30명 중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의 벽은 높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역주를 펼쳤다.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8세 때 네덜란드로 이주한 뒤 육상 선수로 올림픽 출전을 꿈꿨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청소기 외판원으로 일하며 스켈레톤에 도전했고, 가나 대표로 진출권을 따냈다. 출전 경비가 부족해 참석이 불투명하기도 했지만, 한국 기업의 도움으로 평창에 오게 됐다.

그의 헬멧에는 입 벌린 사자와 토끼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주인공은 토끼다. 사자는 부정적인 것을 뜻하고 토끼(자신)가 그로부터 빠져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경을 뚫고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만큼 그 어떤 어려움도 자신을 방해하지 못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경기 후에도 “아직 선수 경험이 1년 반에 불과하다. 스켈레톤은 경험이 필요한 스포츠이므로 점차 훈련하면서 실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시마더는 지난 15일 용평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여자 대회전 경기에 출전하며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는 케냐가 올림픽에 처음으로 보낸 여자 선수이자 최초의 알파인 선수다. 시마더는 1차 시기에 1분23초27로 59위를 기록하고, 2차 시기는 완주하지 못했다. 그는 “어려운 조건에서 경기를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세계의 많은 나라가 올림픽으로 이렇게 함께 하는 게 무척 즐겁다”고 했다.

시미델레 아데아그보는 아프리카의 첫 여자 스켈레톤 선수다. 그는 “대회 성적보다 최선을 다해서 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게 올림픽 정신”이라고 했다. 아데아그보는 지난 17일 열린 여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전체 20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3차 주행을 마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보냈다. 관중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피타 타우파타푸아(35)는 모국 통가를 세계에 알린 스타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상의를 벗은채 기수로 등장하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을 정도다. ‘근육맨’ 타우파타푸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태권도 선수로, 이번 올림픽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섰다. 지난 16일 남자 15㎞프리에서 56분41초1의 기록으로 114위에 그쳤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는 물에서 하는 종목에 출전할까 한다. 3개의 올림픽에서 3개의 종목에 나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평창=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