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복잡하게 얽혀있어 찬성·반대 팽팽하게 대립
찬성
30여년간 꽁꽁 묶여 발전 ‘족쇄’
정비계획법 폐지 주장까지 나와
반대
산업구조 수도권 쏠림 현상 심화
지방과의 격차 더 크게 벌어질 것
정부는 “완화”“아니다” 오락가락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그간 논란이 돼 왔던 수도권규제에도 메스를 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낡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여전히 심각한 수도권-지방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수도권규제와 관련된 일관된 시그널을 주지 못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부처는 지방이전기업 투자유치제도 개편안을 검토하면서 수도권규제 완화 부분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도권규제는 인구와 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983년 시행됐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3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 공장총량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시행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수도권규제가 오히려 국가경쟁력 제고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에이티커니에 따르면 2015년 10위였던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지난해 38위로 밀려났다. 2006년 글로벌 백신기업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경기도 화성 생산공장 설립계획은 공장총량제에 막혀 무산됐고, 반도체 생산업체 페어차일드 역시 부천 대신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 프랑스와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이 2000년대 들어 수도권규제를 없애고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돌아선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일각에서 수도권규제의 핵심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수도권에 집중된 개발이익을 지역상생발전기금 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누는 편이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규제 형태를 현행 입지규제에서 성능규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개발제한 등으로 생산시설을 아예 짓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신·증축은 허용한 뒤 오염총량 등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산업구조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반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수도권 공장용지 면적은 전국 공장용지 면적의 22.9%다. 2008년 24.3%에서 떨어졌지만 낮은 수준은 아니다. 공장등록건수 역시 2014년 8만2648건으로 전체 공장의 48.3%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08년 ‘10·30 수도권규제 완화 조치’ 등 이명박정부 시절 규제완화가 일부 실시된 만큼 더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찬반 논란 속에 정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 때 수도권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논란이 심화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 대정부질의에서 “수도권규제 완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김동연 부총리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신산업 분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면 수도권규제를 비롯해 패키지로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역대 정권마다 추진했던 수도권규제 완화는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제”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수도권 경쟁력 갉아먹는 거미줄 규제… 이번엔 완화될까
입력 2018-02-2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