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세먼지 경보시 대중교통 무료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 지원
경기도
2021년까지 광역·시내버스에
차량용 공기청정기 장착 추진
광주시
노후 경유차 폐차 등으로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 대기질
제주도
덤프트럭 등 3종 폐차 대상 추가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 보급
부산시
하역장비서 배출 미세먼지 많아
항만 내 배출제한구역 지정키로
#장면 1.
지난달 17일 중국 산시(陜西)성 시안(西安). 세계 최대의 공기청정기가 맑은 공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가 세운 초대형 시설이 100여m 높이의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축구장 절반 크기인 하부 유리온실로 오염된 공기를 끌어들여 걸러내는 방식이다. 빙마용(兵馬俑)으로 유명한 시안은 중국의 대표적 석탄 산지로 스모그가 심하다.
#장면 2.
지난달 22일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강릉에서 서울로 오는 KTX 4072 임시열차에서 침묵을 깨고 질문을 던졌다. “남측에는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네까?” 북한예술단 공연장소를 물색하러 한국을 찾은 그의 눈에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일상이 낯설었던 것이다. 현 단장은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세먼지의 잦은 공습에 지자체들이 출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구촌이나 국가 차원과 별도로 전국의 광역·기초단체들도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주요 대책은 노후 경유차·건설장비 폐차와 어린이집·노인당 공기청정기 설치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서울시는 지난달 3일간 출퇴근 시간대에 준공영제로 운행 중인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면제했다. 하루 5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서울시는 ‘과잉대책’이 ‘무대책’보다 낫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는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저녹스 보일러)와 공기청정기 확대 보급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저녹스 보일러 설치를 원하는 각 가정에 16만원씩을 지원해 올해만 3000대의 노후 보일러를 친환경으로 바꾼다. 저녹스 보일러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녹스·NOX) 배출량이 40ppm이하로 최고 173ppm 수준인 일반 보일러에 비해 훨씬 낮다.
현재 서울시민 가운데 36%는 설치한 지 10년 이상, 28.2%는 5∼10년 미만의 보일러를 가동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봄의 불청객이던 미세먼지가 겨울철에도 극성을 부린다”며 “차량2부제 등 단기적 대책뿐 아니라 중장기적 해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노인과 장애인시설, 지역아동센터에 200억원을 들여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 이와 별개로 153억원을 들여 2021년까지 도내 전체 1만211대의 광역·시내버스에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장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세먼지 대응은 인천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도로 인근 지자체들이 비교적 적극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시 가동 중단한 화력발전소가 서해안에 집중돼 있는데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환경전문가 송민종(53) 환경공학박사는 20일 가칭 ‘서해안 대기오염 지자체 협의기구’ 결성을 제안했다. 송 박사는 “특정 지자체가 제한된 예산으로 다량의 미세먼지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서해안의 지자체들이 힘을 합치고 환경부와 외교부는 긴밀히 협력해 미세먼지를 한·중 정상회의 의제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는 미세먼지 경보발령 횟수가 급증하자 5개 부문 18개 사업에 829억원을 투입하는 ‘2030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마련했다. 서해를 건너 날아온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시는 2013년 1회에 불과하던 미세먼지 경보가 2015년 13회, 2016년 8회, 지난해 12회에 이어 올 들어서만 벌써 4회 발령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교통, 발전·산업, 대기오염 측정·분석 등의 분야로 나눠 지자체 차원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2030년까지 대기오염물질을 30% 줄여 선진국 수준의 대기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현재 운영 중인 미세먼지 측정소 9곳을 환경부 권고기준에 맞춘 37곳으로 확대하려는데 1곳당 2억원씩 56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산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시는 2020년까지 21㎍/㎥, 2030년에는 18㎍/㎥ 수준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 대책은 차량 산소포인트제 신설, 노후 경유차 폐차, 산업현장의 유증기 회수설비 지원 등이다.
광주환경공단 안용훈 이사장은 “노후 경유차 폐차와 공기청정기 확대설치에 중점을 둔 지자체 대책은 한계가 있지만 미세먼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광주시의 장기대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22개 전체 시·군에 대기오염 측정소를 설치하기로 한 전남도는 목포와 여수 순천 광양 나주 등 5개 시에 천연가스(CNG) 시내버스와 더불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 전북도는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통학차량 LPG전환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대기오염물질이 적은 LPG통학차량과 함께 전기차 390대도 확대 보급한다. 157억원을 들여 노후 경유차와 건설장비 2000여대도 폐차한다.
제주도는 올해 조기폐차 대상 건설장비 중 덤프트럭과 콘크리트 믹서트럭, 콘크리트 펌프트럭 등 3종을 폐차대상에 추가했다. 이와 함께 1∼2학년 등 저학년부터 초등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지난달 보령화력발전소를 찾은 국회 미세먼지대책특위에 “수도권의 대기오염물질 총량제를 지역에도 적용하도록 관련 특별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2008년부터 서울과 인천, 경기도 28개 시·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특별법 총량제를 당진과 태안 등 충청권에도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도는 최근 ‘충남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 기준’ 조례를 제정하는 등 법적 뒷받침도 강화했다. 도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연간 2만3000척의 입출항이 이뤄지는 부산항 운항선박과 공단 배출 대기오염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는 우선 선진국처럼 항만 내 배출제한구역을 지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세계 10대 오염항만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부산은 오염된 공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도심으로 들어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지형에 막혀 정체되는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7㎍/㎥으로 전국 7대 도시 중 최악이었다. 선박의 주연료인 벙커C유 연소와 대형 콘테이너 트럭 등 하역장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날씨 풀렸네… 미세먼지 오겠네… 지역마다 ‘대책’ 분주
입력 2018-02-2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