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vs 고다이라 승률은 50대 50이었다

입력 2018-02-20 05:05

女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 전문가들 예상 봤더니

李, 조편성·코스배정 유리
경쟁자 기록 확인은 부담

고다이라 1000m 銀 그쳐
심리적 압박 컸지만 극복
“결국 실력보단 컨디션 싸움”


지난 18일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 직전까지 전문가들은 ‘50대 50’이라고 했다. 24연승 중이던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기록이 줄곧 이상화에 앞섰지만 일본 대표팀은 신중론을 폈다. 일본팀 로빈 데르크스(네덜란드) 코치는 “이상화는 지난 몇 주간 급성장했다”며 “게다가 인코스의 고다이라, 아웃코스의 이상화라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데르크스 코치의 말처럼 조 편성과 코스 배정은 이상화에게 어느 정도 유리한 것처럼 분석됐다. 이강석 의정부시청 빙상단 코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선수들은 아웃코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첫 코너를 돈 뒤 상대 선수를 뒤에서 바라보며 쫓는 형태가 레이스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고다이라와 다른 조라는 점도 이상화에게는 좋았다. 그간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같은 조일 때 마지막 곡선주로를 먼저 빠져나가는 고다이라를 보며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지난 18일에는 아리사 고(일본)를 기분 좋게 따돌리며 달릴 수 있었다.

유리한 점만 있는 조 편성은 아니었다. 고다이라가 1위로 통과한 기록을 확인한 직후 스타트 라인에 서는 점은 부담이었다. 실제로 고다이라가 36초대로 레이스를 마친 뒤 이상화는 첫 100m 구간까지의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초반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막판 곡선주로에서 흔들렸다.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단 감독은 “고다이라의 기록을 뒤집으면 감동이 배가됐겠지만, 뒤에 타는 것은 부담이었다”며 “사실은 이상화가 고다이라보다 앞 조에 편성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상화가 불참했고 고다이라가 은메달을 딴 1000m 경기는 500m 메달 색깔을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로 꼽혔다. 따 놓은 당상이라던 1000m 금메달을 놓친 고다이라가 기분 나쁜 상태일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분석에 강한 일본팀임을 감안하면 이상화의 1000m 불참이 좋은 전략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고다이라가 심리적 압박까지 이겨낸 셈이 됐고, 이상화도 존경을 표했다.

종전까지 2차례 레이스 기록을 합산하던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평창올림픽에서는 단판 승부였다. 어떠한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단거리 경기인데, 변수가 개입할 여지는 더욱 커진 셈이었다. 둘의 대결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실력이라기보다 결국 컨디션 싸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화는 19일 새벽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는 너무나 수고했고 길고 긴 여정도 잘 참아냈다”고 썼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