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수첩] 로봇 ‘고카트-미니’가 배달… ‘생수 한잔의 여유’

입력 2018-02-20 05:00

음료뿐 아니라 문서 등도 배달
전 세계 기자들 팔다리 역 수행

19일 강릉미디어촌 워크룸에 들렀습니다. 미디어촌에 머무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하는 일종의 작업실입니다. 간간히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죠. 올림픽 취재로 누적된 피로에 쪽잠을 청하는 이들도 보입니다.

기사 송고를 마친 뒤 쏟아지는 잠을 쫓고자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옆에서 저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휴지통마냥 생긴 로봇(사진)이 저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요. 로봇에는 10병의 생수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 병 꺼내들자 로봇은 제 앞자리에 앉은 외신 기자에게 다가가 또 입을 벌렸습니다.

워크룸 관계자에게 로봇의 이름을 물었더니 ‘고카트-미니’라고 합니다. 호텔, 의료시설 등에서 물이나 음료를 전하는 무인 배달로봇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와 이곳 워크룸 곳곳을 돌아다니며 ‘열일’을 합니다. 음료뿐 아니라 문서도 배달하는데 전 세계 기자들의 팔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죠.

고카트는 물류 이동이 잦은 실내공간에서 활용됩니다. 2015년 한 국내업체의 자율주행 기술과 다중 로봇 통합제어 기술개발을 통해 탄생됐습니다. 입력된 공간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장애물로 인식해 요리조리 피해 다닙니다. 엘리베이터나 자동문도 파악해 층간 배송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 로봇을 보고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제게 “피곤하지? 물 한 잔 마시고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평창올림픽이 폐막하는 날까지 가끔 이곳을 찾아 로봇의 위로를 받아야겠습니다.

강릉=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