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국가의 관리가 부실했음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메르스 환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이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는 2015년 5월 22일 발목을 다쳐 대전 대청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병실을 쓰던 16번 환자에게서 메르스를 옮았다. 16번 환자는 이보다 앞서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감염자인 1번 환자와 함께 병실을 썼다가 감염됐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온 1번 환자를 의심 환자로 신고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질본)가 한 차례 무시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질본은 “(1번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가 바로 신고됐다면 접촉 범위를 파악해 2차 감염자인 16번 환자가 대청병원에 입원하기 전 추적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역학조사를 할 때 1번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만 격리조치했다”며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 범위를 파악하는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어도 16번 환자 추적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접촉자 범위를 재검토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씨와 함께 소송을 진행한 경제실천시민연합은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 확충과 인력 양성 등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법원 “메르스 사태 관리 부실” 국가 책임 첫 인정
입력 2018-02-19 05:05 수정 2018-02-19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