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0세 김영남이 밝힌 건강비결 “하루 만보걷기 당에서 챙겨”

입력 2018-02-19 05:05

술·담배 자제… 주치의 면담
노동당이 건강상태 직접 챙겨
건강 체질에 자기관리 철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었던 김영남(사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측 고위급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건강 비결을 직접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임위원장의 건강 비결은 하루에 만보 걷기였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의 건강 상태는 노동당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18일 “김 상임위원장은 남측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한두 달에 한 번 주치의와 정기 면담을 하는데, 주치의의 조언이 만보 걷기였다’고 직접 소개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평상시 많이 걷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만보 걷기 외에도 건강을 고려해 술과 담배를 자제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은 주치의들로부터 개별 처방을 받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노동당이 점검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만 90세인 김영남은 지난 9∼11일 방남 기간 고령을 무색하게 하는 체력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첫날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KTX로 강원도 평창 진부역까지 이동한 뒤 다시 자동차를 타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사전 리셉션에 참석했다. 다음 날은 청와대 오찬(서울), 통일부 장관 주재 만찬(강릉) 일정을 소화했다. 사흘째엔 국무총리 주재 오찬, 환송 만찬, 북한 예술단 공연에 참석했다. 이런 강행군에도 김영남은 피곤한 기색 없이 꼿꼿한 걸음걸이를 유지했다.

김영남은 1928년생임에도 키가 18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데다 평소 운동과 식단 조절 등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얘기다. 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했던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조문 때 봤던 것보다는 달변이 줄었지만, 9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정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남의 건강 상태는 행사 때마다 대화의 소재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만난 김영남에게 “건강관리 비법이 무엇입니까”라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덕담했다. 이에 김영남은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김영남은 김일성 일가에 대한 충성심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숙청이 빈번한 북한에서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관리 못지않게 외교관 출신의 온화한 처세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영남은 김일성종합대학 재학 시절 뛰어난 문장력으로 김일성 주석의 눈에 들면서 30대 중반에 외무성 부상에 발탁됐다. 이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동당 정치국 위원을 거쳐 1998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선출됐다. 명목상이지만 20년간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