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관계 개선 기대감 너무 커졌다’ 판단
“마음이 급한 것 같아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
남북 대화가 美·北 대화로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어”
靑, 대북 특사 파견에 신중
“시기가 아닌 의제의 문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하반기 3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 3월 대북 특사 파견설에 잠시 브레이크를 잡았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판단 아래 나온 일종의 속도조절론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조율이 선결 과제이고, 대북 특사 파견은 시기의 문제가 아닌 의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내외신 취재기자를 격려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찾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한반도의 고조됐던 긴장을 완화하고 평창올림픽을 안전한 올림픽으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 단일팀과 공동입장, 공동응원 등이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남북 대화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기에 남북 관계가 더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유의미한 북·미 접촉, 이를 통한 비핵화 논의의 단초가 마련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을 당시에도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보자”고 답했다.
청와대는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평창올림픽·패럴림픽 폐막 직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3월 중 특사를 파견해 남북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남북 간, 한·미 간 사전 조율 없이 당장 특사를 파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나 비핵화 논의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조급하게 특사를 보냈다가 성과 없이 끝날 경우 가까스로 마련한 북핵 전환점이 소실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대북 특사는 북한에 가서 남북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해야 하고 엄중한 한반도 안보 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당장 시기만 염두에 두고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사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하고 북한과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의 ‘핫라인’을 중심으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미 국무부와 국방부를 상대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등 여러 채널을 가동 중이다. 북한과는 군사실무회담을 시작으로 각급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고, 물밑에선 정보라인을 통한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남북 정상회담·대북 특사 파견’ 속도 조절한다
입력 2018-02-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