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도 1000명… 경남 거창중앙교회 이병렬 목사
경남 거창중앙교회(이병렬 목사)는 시골 마을에서 어린이 성도 1000명을 이뤄냈다. 젊은 세대의 교회 기피가 심각한 오늘날 다음세대 사역의 열정만 있다면 아이들을 교회로 이끌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이곳을 주일인 지난 11일 찾았다.
교회 2층 예배당에선 어둑어둑한 아침 7시부터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산골짜기 너머 마을 곳곳의 아이들을 데려오기 전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아기를 안은 엄마에서부터 장년 남성까지 100여명이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하고 요한복음을 낭독했다.
성도들은 이른 아침 피곤할 법도 하지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 목사의 설교를 경청했다.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듣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졸림을 피하고자 서서 설교를 듣기도 했다. 이 목사는 “추운 겨울 곤하게 자는 아이를 교회로 데려간다며 야단치는 분이 있더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의연히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전 8시30분, 예배와 아침 식사를 마친 주일학교 교사 80여명은 자가용에 시동을 걸었다. 거창군 곳곳의 아이들을 빠짐없이 책임지고 교회로 인솔하기 위해서다.
주일학교 교사인 김선주(41) 집사는 읍내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가조면으로 향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도 15년째 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며 “주일학교에 나와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일학교 교사인 아내가 제주도로 여행 다녀온 어린이에게 초콜릿을 받았다며 아이들이 감사를 알아감을 자랑했다.
신지홍(8)양은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김 집사를 만나러 집에서 나왔다. 한 손에는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헌금 지폐가 들려있었다. 가수가 꿈인 신양은 들뜬 표정으로 차에 올라 타 “교회서 찬송가 부르는 게 재밌다”거나 “며칠 전 노루를 봤다”며 사소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다른 친구를 부르러 갈 때는 차에서 내려 김 집사를 따라다녔다.
4년째 교회를 나온다는 정원영(11)군은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짝짝이 양말을 신고 집에서 나왔다. “빨리 여름이 돼 오리배를 타고 싶다”고 말하는 정군에게 김 집사는 “교회에 나와 예수님 만나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지”라고 말했다. 김 집사는 보육원에 들렀다가 “아이들을 오후에 교회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교회로 돌아왔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아이를 태운 주일학교 교사들의 차량이 교회 앞에 줄지어 도착했다. 400여명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인사하며 바삐 예배당으로 향했다. 오후 2시 열리는 주일학교까지 합하면 주일마다 500여명 아이들이 교회를 찾아온다. 4만여명이 사는 거창읍에서는 이례적인 규모다.
주일학교가 시작되자 다정함과 예절 등을 교육하는 만화영화가 상영됐다. 이 목사는 “다정함을 실천하는 어린이는 어디서든지 예수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며 목이 쉬도록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예화를 들며 “왕따를 당하는 등 곤란한 일을 겪는 친구가 있으면 예수님 믿음으로 다정하게 다가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 잘하기와 침대보 정리 등을 실천한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도 상영됐다. 아이들은 숨죽이고 영상을 보며 예수님 성품 닮기를 자연스레 마음에 품었다. 절반 넘는 아이들이 오전 주일학교를 마치고서도 교회에 남아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주일학교까지 참여했다.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오전에 진행했던 성품교육과 관련해 퀴즈 풀기 등을 하기 위해서다.
이 목사는 젊은 시절 LG에서 일하다 하나님 부르심을 받고 뒤늦게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 2000년 거창중앙교회에 부임했을 때 어린이는 5명뿐이었다. 주민 대부분은 불교를 믿었고 복음화율은 10%가 채 안 됐다.
2004년 10월 주일학교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어선 데는 기도의 힘이 작용했다. 기도 끝에 ‘주일학교 1000명을 목표로 하라’는 하나님 응답을 받은 이 목사는 “살아계신 하나님 능력이 나의 능력이 되는 과정을 체험했다”며 “하나님께 답을 얻는 것이 진정한 해답임을 깨달았기에 목회현장의 어려움 또한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린이 사역은 지역 사회를 변화시켰다. 한 아이가 복음 듣고 예수를 믿게 되면 그 형제와 친구, 이웃들까지 복음이 퍼져나갔다. 이 목사는 “교회에 적개심을 품는 문화 속에 살아가던 아이들이 하나님께 자기 삶을 드리고 믿지 않는 친구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겼다”며 “어린이 1000명의 성과보다 더 값진 소득은 아이들 마음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을 볼 때”라고 말했다.
다음세대 부흥 비결은… 한번 영적인 자녀로 품은 아이는 끝까지 책임 양육
“처음 교회에 올 때 천방지축이었던 아이들이 가슴에 불을 지닌 의젓한 목자로 자라나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터질 듯합니다.”
이병렬 거창중앙교회 목사는 다음세대 사역의 보람을 이렇게 표현했다. 다음세대 사역은 절대 대단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누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열정만 가지면 할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다음세대 부흥의 비결은 주일학교에 있었다. 장년 성도와 어린이를 묶어 한 반으로 두고 학년이 변하더라도 반을 옮기지 않았다. 한번 영적인 자녀로 품은 아이는 학년에 상관없이 끝까지 책임지는 무학년제인 셈이다.
교회 모든 성도는 마다하지 않고 주일학교 교사로 헌신한다. 까다로운 교육과정을 마친 아이들은 ‘불꽃목자’로 임명돼 믿지 않는 주변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예수님 성품 닮는 ‘예다미’ 교육 과정은 교회의 자랑이다. 진실과 근면 다정함 온유 겸손 등 서른 가지 성품을 성경 속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학습시킨다. 아이들이 교회 다니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지역사회와 학부모들도 자연스레 교회를 인정하게 됐다. 이 목사는 “믿음의 사람, 예수님 성품을 지닌 사람으로 아이들을 양육해야 한다”며 “어린이 마음에 말씀의 레일을 깔아주어야 자라서도 하나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혹자는 다음세대 사역을 당장 결실을 보기 어려운 일이라 한다. 하지만 다음세대를 향한 이 목사의 확신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하지 않았던 유럽 많은 교회가 텅 빈 교회 또는 술집, 이교의 성전으로 변했다”며 “한국교회가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스펀지 같은 마음을 지닌 어린이들을 하나님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마 18:5)라는 성경 말씀을 꼽으며 “이 말씀 한마디에 어린이 1000명이 출입하는 현장을 만드는 위력이 있음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세대 사역에 교회의 모든 인력과 자원을 집중시킬 수만 있다면, 어느 교회든지 큰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아이들 웃음 끊이지 않는 교회, 지역사회까지 변화시켰다
입력 2018-02-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