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박] 한국 등 12개국 철강 ‘국가안보 손상 위협’ 간주

입력 2018-02-19 05:00
사진=AP뉴시스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의 철강에 대해 ‘국가안보를 손상할 위협’으로 간주했다. 미국의 철강산업을 쇠퇴시킨 만큼 강력한 관세를 물리겠다는 조치도 내놨다.

상무부 조사보고서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냉전시대(1962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꺼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국 기업의 이익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동맹 관계를 해치고 세계 무역전쟁을 부르는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을 상대로 수입 제한이나 고관세 부과를 건의했다. 대표적 동맹국가인 캐나다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호혜세’ 도입을 예고하면서 한국과 함께 대표적 동맹국인 일본도 거론했다.

이들 우방국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은 좀 더 공격적이다. 호혜세 부과에 이어 철강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건의한 12개국 중 대표적 우방국은 한국뿐이다. 무역보복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무역 제재를 했다. 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달엔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이번엔 초강력 무역규제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었다. 세이프가드의 경우 피해를 입은 제소기업과 피해를 준 피소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가 그나마 쉽다. 그러나 무역확장법 232조는 검토 품목을 ‘철강’이라고만 해놔 어느 제품이 영향을 받을지 가늠할 수 없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18일 “무역확장법 232조는 최종보고서가 발표되기까지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알 수도 없고 소송을 진행해도 무역규제는 적용되기 때문에 소송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 산업의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통상 규제 강도는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통상 이슈들을 정리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슈퍼 301조 카드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8월 중국의 기술이전 및 지식재산권 관련법, 제도, 관행으로 인한 미국의 피해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의회 동의를 받지 않고 대통령이 행정명령만으로 USTR을 통해 무역 상대국에 징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슈퍼 301조가 발동되면 양국의 무역은 물론 전 세계 무역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데보라 엘름스 아시아무역센터 이사는 “슈퍼 301조는 강력한 도구이며 잠재적 피해는 엄청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어렵게 만드는 2차 피해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힘들게 하는 3차 피해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