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박] 내수시장 없는 중견기업 ‘유정용 강관’ 직격탄

입력 2018-02-19 05:00

판재류 수출 업체도 피해 불가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이 현실화되면 유정용 강관(원유·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고강도 강관)을 수출하는 중견 철강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정용 강관은 내수시장이 없고,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8일 “유정용 강관을 만드는 업체들은 지난해 미국에 최대 규모로 수출을 했다”며 “수출 실적이 많았던 만큼 미국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피해도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대미 의존도가 매우 높다. 또 최근 미국에서 셰일원유 생산이 늘면서 덩달아 유정용 강관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유정용 강관의 전체 수출 물량은 86만238t으로 이 중 85만4735t이 미국으로 수출됐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예민하게 대비해 왔다. 세아제강의 경우 이미 2016년 미국 휴스턴에 현지 업체를 인수했고, 베트남 현지 공장을 미국 수출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넥스틸은 이미 지난해 10월 46.37%라는 높은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휴스턴에 공장을 짓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예비 조치에도 불구하고 232조가 현실화되면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유정용 강관 수요도 호황이고 시장 가격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가 급등하고 수출물량을 제한받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원재료’격인 판재류를 주로 수출한다. 그나마 대미 의존도를 최근 낮추면서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도 피해를 피할 수는 없다. 포스코의 열연·냉연강판엔 이미 60%대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된 상태인데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경쟁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위기감 탓에 지난 17일 열린 민관합동 회의에는 설 연휴 중임에도 권오준 포스코 회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