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박] 中 “춘제에 美 무역몽둥이”… 반격카드 채비

입력 2018-02-19 05:00
사진=AP뉴시스

“美 정부 보고서 근거 없고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비판

항공기·아이폰 등 구매 제한
미국 국채 매각 조치 가능성

중국은 미국의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무역규제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그동안 ‘엄포’ 이상의 반격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양국의 무역 갈등이 더 심화되면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이나 항공기·아이폰 구매제한 등 극단의 반격 카드를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왕허쥔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장은 17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무역규제를 제안한 미 정부 보고서에 대해 “근거 없고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왕 국장은 성명을 통해 미 정부에 보호무역 수단의 사용을 자제하고 다자 규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미국의 최종 결정이 중국의 국익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우리의 권리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매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춘제 새해인사를 하자마자 중국에 ‘무역몽둥이’를 휘둘렀다는 불만도 나왔다.

중국이 반격에 나선다면 쓸 카드는 우선 미 국채 매각이나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이 거론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 미 국채 보유 규모가 1조1849억 달러(약 1278조원)에 달하는 미 국채시장의 ‘큰손’이다. 만약 중국이 국채를 매각하거나 매입 규모를 줄일 경우 채권가격이 급락(국채금리 급등)하면서 미국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다만 중국 외환 당국은 국채 매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잘못된 뉴스”라고 일단 부인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수에 이어 대두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139억 달러(약 15조2000억원)어치를 수입했다. 수수 수입액 10억 달러(약 1조948억원)의 약 14배여서 관세 부과 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대체 수입선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규제를 했다가 국내 식용유 가격 폭등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중국 내 여객기 구매를 미국 보잉사에서 유럽 에어버스로 대체하거나 미국산 자동차 구매 규제, 애플의 아이폰 판매 제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위반 조사 등도 검토 가능한 조치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무역흑자가 2758억 달러(약 293조원)에 달하는 최대 수출시장인 데다 미국도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규모 벌금 등 반격 카드가 많아 중국은 어떻게든 정면대결은 피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