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철강… 트럼프 샌드백 된 한국

입력 2018-02-18 19:59 수정 2018-02-18 21:42

美상무부, 철강 수출 12개국
수입규제 권고 보고서 제출

美 동맹국 중엔 한국만 포함
53% 관세 땐 대미 수출 불가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포함한 12개 철강 수출국에 강력한 수입규제를 권고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얼굴)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수입 철강 제품에 최대 53%의 관세를 부과하자는 방안이 채택될 경우 한국 철강 제품은 사실상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는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전쟁 선전포고 성격을 지닌다. 세계 최강인 G2(주요 2개국)의 갈등에 한국만 애꿎은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철강 수입이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철강 수출국에 적용할 수입규제 권고 등을 포함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상무부는 보고서에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과 브라질 중국 코스타리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공 태국 터키 베트남 12개 국가에 대해 53%의 관세를 적용하자는 것과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다. 이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12개 국가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채택되는 것이다. 국내 철강업체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규제로 사실상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12개국 명단에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대미 철강수출 1위국인 캐나다는 빠졌는데 3위국인 한국은 끼었다. 일본과 대만도 제외됐다.

정부는 17일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미 정부와 의회 등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또 각 규제시행 시나리오별로 대미 수출 파급효과를 정밀 분석한 후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무부 제안에 대한 최종결정을 해야 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공업지대)의 유권자들을 의식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미 상무부 발표에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만일의 경우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나라가 싸울수록 한국의 피해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관세 폭탄으로 미국에 수출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국의 규제로 중국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중국에 가장 많은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