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싱글 금메달 日 하뉴 유즈루
연습 중 발목 인대 부상
모든 대회 취소 재활 전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겪어
“이웃들에 용기 드렸으면”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가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신음했던 분들이 특히 더 기뻐해 주실 것 같다.”
일본의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24)는 금메달을 목에 건 후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에 어려움을 겪은 고향 주민들을 떠올렸다.
하뉴는 지난 17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싱글에서 올림픽 2연패는 1948 생모리츠 동계올림픽과 1952 오슬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연달아 목에 건 딕 버튼(미국) 이후 66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남자 싱글 세계랭킹 1위인 하뉴는 올림픽 전부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혀 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대회인 NHK트로피의 공식 연습에서 쿼드러플(4회전) 러츠 점프를 훈련하던 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피겨 선수에게 치명적인 발목 부상으로 올림픽 2연패에 먹구름이 끼었다. 또 부상이 악화되면 올림픽 참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후 하뉴는 4대륙선수권대회를 비롯한 모든 국제대회 일정을 취소하고 치료와 재활에 전념해 왔다. 피나는 재활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된 그는 피겨 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에도 나서지 않고 개인전에만 집중했다.
부상을 극복한 하뉴는 동일본 대지진의 아픈 기억도 이겨냈다. 그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강타한 미야기현 센다이 출신이다. 대지진 당시 그는 시내 링크에서 연습을 하다가 스케이트화를 신고 대피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을 겪었다. 피난생활도 이어졌다.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하뉴는 “당시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지진으로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을 봤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쓰나미 등으로 고생한 이웃들이 매우 많은데 제 금메달이 용기를 드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7일 하뉴가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치자 강릉 아이스아레나 은반엔 그가 좋아하는 캐릭터 ‘곰돌이 푸’ 인형이 쏟아졌다. 하뉴의 팬들이 그의 마스코트이자 행운의 상징인 ‘곰돌이 푸’ 인형을 준비해 던진 것이다. 하뉴는 이 인형들을 평창과 강릉 지역에 기부할 의사를 전했다.
강릉=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오늘의 영웅] 대지진·부상 딛고… 하뉴, 66년만의 2연패 위업
입력 2018-02-18 18:50 수정 2018-02-18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