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당근 없다는 미국 입장 새겨들어라

입력 2018-02-18 17:55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다시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의미가 남다르다. 설 연휴 기간 중 있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나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지명자의 상원 인사청문회 발언에서도 전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지난해 12월보다 더 심각한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에 드리울 것이라는 걱정을 극복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를 주저하며 허세를 부리고 있다. 노동신문은 “할 일을 다 해놓고 가질 것을 다 가진 우리는 대화에 목말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핵·미사일을 놓고 미국과 ‘통 큰 거래’를 하겠다는 생각을 조금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한의 뒤에 숨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을 모면하겠다는 이중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18일 남북의 협력과 교류를 강조하고 나선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 남북단일팀, 예술단 공연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한이 꼼짝도 못하고 끌려 다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제 올림픽이 끝나면 남북 정상회담을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사용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도 성급한 낙관론이 초래할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신경전에 우리를 이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때까지 견고한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른 김정은을 지켜보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당근은 없다고 단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질 뿐이다. 남한 뒤에 숨어 큰소리 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