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두고 폭행 사건 상처
자신의 레이스 펼치지 못해
3000m 계주·1000m 남아
불운 극복 ‘재기의 질주’ 기대
두 번이나 예선 탈락이라니! 충격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주장인 심석희(21)가 준결승도 아닌 예선에서 잇따라 떨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예선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탈락한 것은 결국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흔들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많은 국민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심석희가 펼친 활약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심석희는 두 바퀴를 남기고 무서운 스피드로 중국 선수를 제치고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또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10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과 함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심석희는 평창올림픽에서 거듭된 불운으로 표정이 어둡다. 그는 지난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예선 1조 경기에서 8바퀴를 남기고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곧바로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나갔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지 못해 최하위에 그쳤다. 앞서 심석희는 지난 10일 열린 500m 예선에서도 탈락했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충북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다시 복귀한 것이다. 그 코치가 영구제명 조치를 받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심석희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두 경기에서 자신의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아직 심석희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3000m 계주(20일 결승)와 1000m(22일 결승)가 남아 있다.
심석희는 녹색을 좋아한다. 스케이트는 물론 안경테와 목도리 등 모두 녹색이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막 전 ‘왜 녹색을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연의 색깔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자연의 색깔인 녹색은 치유를 상징한다. 심석희가 지금 매진해야 할 것은 자기 치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굿모닝! 수호랑] 잇단 예선 탈락 심석희,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8-02-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