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등 모두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열정을 다해 올림픽 성공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한국민의 열기와 정성에 감동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의 도를 넘은 악성 댓글(악플)과 정치인, 체육계 고위층의 특권 의식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안타깝다. 한껏 달아오르는 올림픽을 망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올림픽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선수들에 대한 악플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서이라는 1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쓰러지는 악재에도 다시 일어나 값진 동메달을 선수단에 안겼다. 서이라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야 하지만 오히려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 3명이 맞붙은 준준결승에서 서이라가 학연에 의한 짬짜미로 황대헌을 탈락시키게 했다는 것과 결승에서 서이라가 레이스 중 후배 임효준의 추월을 막아 금메달이 무산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실과는 관계없는 터무니없는 글들이다. 한국 선수들을 넘어뜨린 원인을 제공한 류 샤오린 산도르(헝가리)에게도 비난을 퍼부었다. 화풀이 대상을 찾아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린 셈이다. 13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의 실격으로 캐나다의 킴 부탱이 동메달을 따자 한국 네티즌들은 해당 선수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한국어와 영어로 욕설과 모욕의 악플을 달았다. 급기야 캐나다 경찰이 우리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기까지 했다. 빗나간 애국심이 낳은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의식과 한참 뒤떨어지는 정치인과 체육계 고위층의 갑질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6일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경기장 ‘피니시 구역’까지 가서 스켈레톤 금메달을 딴 윤성빈의 등을 두드렸다. 엄연히 출입이 불가능한 지역까지 진출한 ‘특혜 응원’인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IOC 지정석에 버젓이 앉아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관람해 논란을 빚었다. 회장 수행원은 자리를 비켜달라는 자원봉사자의 요구에 큰소리로 꾸지람까지 쳤다. 특권 의식의 전형이다.
삼수 끝에 어렵게 유치한 평창올림픽의 의미는 남다르고 각별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고 북한의 참가로 그 어느 대회보다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 국민이 이번 대회의 성공을 염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선수들의 땀이 만들어내는 감동 스토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평창올림픽 슬로건처럼 ‘하나 된 열정’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더욱 모아야 할 때다. 남은 기간 국격을 높일 수 있는 ‘품위 있는 대한민국’을 보여줘야 하겠다.
[사설] 국격 높이고 품위 있는 평창올림픽 만들어야
입력 2018-02-18 17:55 수정 2018-02-18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