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고백’… 미셸 푸코 유작 34년 만에 출간

입력 2018-02-18 21:59

서구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사진)의 유작이 사후 34년 만에 출간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갈리마르 출판사는 푸코의 유명한 저서 ‘성의 역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육체의 고백’을 내놓았다.

‘육체의 고백’은 초기 기독교 사상과 인식에 나타난 성(性)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당시 간통·동성애 등 성의 전반적인 논의들이 공개적으로 토론됐으며, 성관계에서 동의가 강조됐다는 것이 푸코의 지적이다.

푸코는 치밀한 사료 분석을 통해 인간의 지식과 권력의 문제에 집중했던 철학자다. 저서로는 ‘광기의 역사’ ‘병원의 탄생’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 ‘감시와 처벌’ 등이 있다. 말년의 역작인 ‘성의 역사’ 시리즈는 1권 ‘지식의 의지’, 2권 ‘쾌락의 활용’, 3권 ‘자기 배려’로 이뤄져 있다. 푸코는 당초 ‘성의 역사’를 6권으로 펴낼 예정이었지만 4권 ‘육체의 고백’을 저술하던 중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타계했다.

푸코는 자신의 원고가 사후에 출판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푸코의 모든 친필 기록물이 2012년 프랑스 ‘국가 유산’으로 지정된 후 연인이었던 다니엘 데페르가 ‘육체의 고백’ 육필원고와 1차 교정본 등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넘기면서 유작 출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푸코 연구자들이 이 유작에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유족들은 푸코의 유언을 거슬러 출판을 결심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미투 캠페인이 지구촌을 강타한 요즈음 성의 인식에 대한 푸코의 탐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