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종목서 금메달… 괴력의 ‘멀티플레이어’ 눈길

입력 2018-02-19 05:05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쇼트트랙 1500m 경기에 참여한 요리엔 테르 모르스(위쪽)와 여자 스키 슈퍼대회전,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경기에 출전하는 에스더 레데츠카의 경기 모습. 이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두 종목에 출전한 ‘멀티 플레이어’들이다. AP뉴시스

체코 스노보드 선수 레데츠카
女 스키 슈퍼대회전서 깜짝 우승

네덜란드 쇼트트랙 테르 모르스
女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정상


한 종목도 출전하기 힘든 올림픽에서 두 종목에 출전한 ‘멀티 플레이어’들이 호성적을 거둬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선수는 17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스키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우승한 에스더 레데츠카(23·체코)다. 그는 1분21초11를 기록해 오스트리아의 안나 파이트(1분21초12)를 0.01초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레데츠카의 우승은 대이변으로 평가된다. 그의 슈퍼대회전 월드컵 랭킹은 시즌 43위, 시즌 최고성적도 22위에 불과한데다 주 종목이 스노보드이기 때문이다. 레데츠카도 우승 인터뷰에서도 “1위라고 써져있길래 분명히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이렇게 (메달리스트) 인터뷰를 하게 될 줄 모르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레데츠카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 종목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여자부 정상에 올랐고, 올해도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종목인 스노보드에서 우승할 경우 동계 올림픽 사상 첫 두 종목 동시 우승자라는 불멸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경기는 22일 예선, 24일 결선이 열린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고다이라 나오(32·일본)를 제치고 우승한 요리엔 테르 모르스(29·네덜란드)는 1분13초56의 기록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조국에 우승메달을 바쳤다.

그는 원래 쇼트트랙 선수다. 그는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쇼트트랙 선수로 첫 참여했다. 하지만 이렇다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후 2014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모두 출전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돌아왔다. 부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1500m와 팀 추월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에도 1000m 우승자가 돼 부종목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이색 이력을 새기게 됐다. 아쉬운 점은 주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아직 메달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쇼트트랙 1500m에서 결승행을 이뤄냈지만 5위로 들어왔다.

동시 종목 출전은 아니지만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는 선수도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박승희(26)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쇼트트랙 선수시절 벤쿠버와 소치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획득한 박승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 출전해 1분16초11을 기록하며 16위를 기록했다.

통가 기수인 ‘웃통 벗은 근육남’ 피타 타우파토푸아(34)는 동계와 하계 올림픽에 모두 참여한 선수다.

강릉=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