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빙속 金 싹쓸이… 평창빙판 ‘오렌지색’ 물든 까닭

입력 2018-02-19 05:05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 나서는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이 17일 강릉 오벌에서 연습 레이스에 나서고 있다. AP뉴시스

네덜란드, 17일 기준 빙속 7개 종목서 금메달 6개 싹쓸이

‘클랩 스케이트’ 개발·프로 팀 등
기술과 선수 육성 시스템 탁월

네덜란드인들의 뛰어난 체력과
강한 근력·지구력도 무적 비결


빙판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무적 수준으로 진화했다.

네덜란드는 출발부터 좋았다. 지난 10일 스피드스케이팅 첫 종목이던 여자 3000m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며 독주를 예고했다. 11일엔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가 남자 50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금빛 레이스를 이어갔다. 13일엔 키엘트 누이스가 남자 1500m에서 네덜란드에 4번째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겼다. 캐나다의 테드 얀 블로먼이 지난 15일 남자 1만m에서 우승해 모처럼 네덜란드의 질주를 막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블로먼 조차 네덜란드에서 캐나다로 귀화한 선수라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여자부에서도 맹위를 떨치며 일본을 주저앉혔다. 지난 12일 열린 여자 1500m에서 네덜란드의 이레인 뷔스트는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이 종목을 모두 제패한 일본의 다카기 미호는 은메달에 그쳤다. 14일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요린 테르 모르스가 올림픽 기록(1분13초56)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다카기는 테르 모르스에 밀려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에 그쳤다. 16일엔 에스미 피세르가 여자 5000m에서 네덜란드에 6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17일 현재 네덜란드의 금메달은 모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네덜란드가 유독 스피드스케이팅에 강한 이유는 뭘까. 인구 1700만명 남짓인 네덜란드의 국토는 25%가 해수면보다 낫아 운하와 수로가 발달했다. 이 때문에 겨울이면 사람들이 꽁꽁 어는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많이 타고, 경기도 많이 열려 스피드스케이팅이 발전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네덜란드의 운하는 스케이트를 탈 정도로 얼지 않아 이 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 된 비결은 기술과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엿볼 수 있다. 네덜란드는 10년의 연구 끝에 ‘클랩 스케이트’를 개발해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였다. 당시 부츠 뒷굽과 날 뒤쪽이 분리되는 이 스케이트를 착용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금메달 5개를 휩쓸었다.

네덜란드엔 8개의 프로 스케이트 팀이 있다. 이 팀들은 스스로 재원을 충당하며 선수들을 육성한다. 정부가 선수들을 육성하는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또 네덜란드엔 모두 20개의 롱트랙 아이스링크가 있어 훈련 환경이 좋다. 유망주들은 정부로부터 학비 등을 지원받으며 훈련에 매진한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민족인 네덜란드인들은 체력도 뛰어나 강한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분석도 있다. 쇼트트랙에 비해 직선 주로가 길고 곡선 주로가 완만한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스트로크(한쪽 발로 빙판을 밀치면서 다른 발로 미끄러지는 기술) 수가 같을 경우 다리가 긴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강릉=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