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연금술사’ 오서, 연아부터 하뉴까지 코치로 3연패

입력 2018-02-19 05:00
브라이언 오서 코치(오른쪽)가 지난 6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차준환과 팔꿈치를 맞대며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신성’ 차준환 코치로
또 한번의 메달 도전 나서

2010년 2월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피겨 여왕’ 김연아(28)는 올림픽 시상식을 끝내고 스승에게 금메달을 건넸다. 스승은 복잡한 표정으로 금메달에 입을 맞췄다. 피겨스케이팅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올림픽 금메달. 현역 선수 시절 그토록 갈망했고, 끝내 이루지 못했던 꿈은 스승이 되고서야 실현됐다. 김연아의 수석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57·캐나다) 얘기다.

오서는 현역이던 1980년대 ‘미스터 트리플악셀(Mr. Triple axel)’로 불렸다. 고난도 기술을 자유자제로 구사했다. 점프에 한해서는 경쟁자가 없었다. 오서는 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때마다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금메달은 번번이 그를 외면했다.

오서는 생애 두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 이후 캐나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고 세계 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지만 마음속 깊숙한 공허함을 채울 수 없었다. 이런 오서에게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이가 김연아였다.

오서는 2006년 처음 만난 김연아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육성하면서 명성을 높였다. 2010년 8월 사제관계를 끝냈지만 오서의 지도자 경력에서 김연아는 가장 훌륭하게 키워낸 제자였다. 이제 지도자 신분으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금메달 연금술사’가 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24·일본)는 김연아에 못지않은 오서의 ‘명작’이다. 하뉴는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쇼트·프리 합계 317.85점을 받아 4년 전 소치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확정했다.

오서는 이제 올림픽 4연패를 노리고 있다. 한국의 신성 차준환(17)은 김연아, 하뉴의 뒤를 이을지 모를 오서의 ‘야심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4위(248.59점)로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릴 때에는 기량이 만개할 스물하나 청년으로 자란다. 오서의 금메달 만들기 전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