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금메달 확정 직후
박영선, 피니시 하우스 진입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IOC 명의 예약 자리 앉아
봉사자가 이동 요청하자
“IOC 위원장 오면 비키겠다”
지난 16일 윤성빈이 올림픽슬라이딩센터 피니시라인을 스켈레톤 트랙 신기록으로 통과한 순간, TV 화면에는 환호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윤성빈의 어머니도 출입할 수 없던 ‘피니시 하우스’ 구역이었다. 박 의원은 경기 직후 “설날이라 응원 오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았다”며 윤성빈과 찍은 사진을 본인의 SNS에 게시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 올림픽패밀리(OF) 좌석에 앉아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의로 예약된 좌석임을 확인한 자원봉사자가 “다른 자리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자 이 회장 일행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오면 비키겠다”며 버텼다. 이 회장의 수행원들은 “우리가 개최국이다. 머리를 좀 써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국 선수단을 아끼는 마음을 강조한 고위 인사들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난 여론이 컸다. 스포츠 현장과 맞지 않는 특권의식을 깨닫지 못하느냐는 일침들이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박 의원이 티켓을 사서 경기장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구두 해명했다. 하지만 티켓을 소지했다는 해명이 피니시 하우스 출입까지 설명해주진 못했다.
조직위는 처음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IOC 선수위원 등 AD카드를 가진 VIP급들이 내려오니 (박 의원) 자신도 덩달아 쫓아간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조직위는 3시간쯤 뒤 “박 의원은 IOC의 고위인사 초청(Distinguished guest pass)을 받아 슬라이딩센터를 방문했다”고 말을 바꿨다. 박 의원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IBSF) 이보 페라이니 회장의 안내를 받아 통제구역 안으로 안내됐다고도 설명했다.
애초부터 박 의원의 피니시 하우스 출입이 가능했다는 취지였다. 박 의원도 “본의 아니게 특혜로 비쳐져 우리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러운 마음이고 저도 참 속상하다”고 SNS로 사과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날 ‘피겨여왕’ 김연아가 일반 관중석에서 마스크를 한 채 응원한 모습과 대조돼 계속 입길에 올랐다.
박 의원의 사건에 대해 “단순 해프닝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한 조직위는 “대한체육회장(이 회장) 같은 경우도 그런 케이스”라고 했다. 규정상 원래 갈 수 있는 곳인데도 자원봉사자의 저지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는 해석이었다. 이 회장이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를 찾아 자원봉사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지만, “직접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자원봉사자도 등장하며 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평창올림픽 기간 정치인들의 평창행은 계속된다. 순수한 응원의 의미가 있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표심 공략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치인들의 올림픽 경기 무단출입 특혜를 막아 달라” “모두가 평등하게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경원 기자,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높은 분들 왜 이러시나… 올림픽 분위기 망치는 ‘갑질·특권’
입력 2018-02-1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