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결실은 지식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공부엔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가 없어요. 만학도라는 말이 제일 부끄러워요….”
14일 수화기 너머 전해지는 송기복(84·김제하늘소망교회) 전도사의 목소리엔 열정이 느껴졌다. 70대 중반에 전주대에 진학하면서 세간에 화제가 된 송 전도사는 최근 전주대 신학석사 과정을 수석으로 마쳤다. 졸업식은 21일이다. 경사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다음 달 그는 한국기독교대학 신학대학원협의회를 통해 꿈에도 그리던 목사 안수도 받는다. 정식 목사로서 목회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는 셈이다.
“제가 제때 공부를 못했어요. 그래서 공부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죽는 날까지 공부하다 하나님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배움을 향한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훼이스신학대 박사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 철학박사 학위를 받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듣고 논문지도는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지원했습니다. 대단한 건 하나도 없어요. 석사학위 받았으면 박사 공부도 하는거죠….” 뒤늦게 불타오른 학구열은 젊은 사람들조차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송 전도사를 학부 때부터 지도한 조대훈 전주대 신학과 교수는 “잠을 주무시지도 않고 공부를 하셨다”며 “이 분보다 학구열이 뛰어난 학생을 만난 일이 없다. 박사학위도 무난히 받으실 것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송 전도사가 젊은 시절 공부를 하지 못했던 건 가난 때문이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그는 수업료가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늘 진학의 기회를 엿봤지만 동생들이 눈에 밟혔다. 4남 2녀 중 장남으로 가장의 역할을 도맡았던 그는 동생들을 공부시켜 대학까지 졸업시키느라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못 배운 한을 동생들에게까지 대물림할 수는 없었다.
‘나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싹튼 건 동생들과 자녀 셋을 모두 출가시킨 뒤였다. 그때는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신문 기사가 열망에 불을 지폈다. 어느 날 우연히 집어든 신문에 미국의 92세 청소부가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던 것.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
곧바로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해 2009년부터 중·고등 검정고시를 마친 뒤 2011년 전주대 기독교학과에 입학했다. 그때가 75세였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노력 앞에는 불가능도 없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3:16) 송 전도사가 늘 묵상한다는 말씀이다.
“자녀들에게도 강조했던 건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부터 배운 지식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큰 사랑을 나누며 사역하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84세에 신학석사… “만학도란 말 부끄러워요”
입력 2018-02-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