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민요를 두 명창의 목소리로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 경기민요를 부르는 이춘희(71) 명창과 서도소리를 부르는 유지숙(55) 명창은 오는 23∼24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한국음악 명인전’ 무대에 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남북한이 민요로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공연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인 이 명창은 경기민요 예능보유자다. 고음에서도 맑은 음색과 탁월한 성량으로 당대 최고의 소리꾼으로 꼽힌다. 그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 ‘아리랑’을 전 세계에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가 아리랑의 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심사하던 2012년 일이다. 이 명창은 유네스코 심사위원을 위한 시연 무대에 오르게 됐다. 주어진 공연시간은 단 1분. 그는 고음 부분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을 부르며 극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끼니를 거르며 10시간 고민한 끝에 부른 ‘1분의 아리랑’이었다. 그의 노래는 유네스코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아리랑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명창이 ‘아리랑 할머니’로 불리게 된 계기다.
음반 ‘이춘희의 민요와 아리랑’을 낸 그는 2014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음반 비평가상을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 이 명창은 ‘서울제 정선아리랑’ ‘금강산타령’ ‘이별가’를 들려준다. ‘이별가’는 영화 ‘취화선’(감독 임권택) 주제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장단 없이 무반주로 ‘이별가’를 부를 계획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불렸던 노래가 ‘경기민요’라면 북한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널리 불린 노래는 ‘서도소리’라고 한다. 서도소리는 묵직하면서도 처연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유 명창은 김진명 명창이 일제강점기 때 남긴 ‘야월선유가’를 비롯해 잊혀가는 북녘 노래를 찾아내 음반에 담았다. 2015년 그가 낸 음반 ‘북한의 전통 노래들’은 64개국에서 발매돼 전 세계에 서도소리를 알렸다. 유 명창은 2013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과 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서도소리를 대표하는 ‘관산융마’ ‘수심가’ ‘엮음수심가’와 북한 어로민요 ‘노 젓는 소리’를 부를 예정이다. ‘관산융마’는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쓸쓸한 심정을 담은 두보의 시에 조선 시대 문인 신광수가 곡을 붙인 노래다.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는 서도소리의 독특한 창법과 애잔한 정서가 잘 묻어날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경기민요 이춘희-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한자리에… 남북 민요의 어울림
입력 2018-02-18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