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차 주행… 썰매 첫 올림픽 메달사냥 시동
13일 공식 연습 3·4차 주행서
설렁설렁 뛰고도 최종 2위
“결과 얻으러 온 게 아니라
원하는 느낌 찾으려고 연습”
평균 시속 100㎞ ‘박진감’
‘위험’ 한때 정식종목 제외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 트랙으로 들어서기 직전 30∼40m를 내달리는 스타트에도 공을 들이지 않았다. 설렁설렁 뛰는 게 눈에 띄었다. 스타트 성적(3차 시기 20위, 4차 시기 23위)은 신통찮았다. 그러고도 최종 2위를 차지했다.
‘아이언맨’ 윤성빈(24)이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남자 스켈레톤 공식 연습 3, 4차 주행에 참가했다. 윤성빈은 전날 있은 1, 2차 공식 연습주행을 걸렀다. 14일 5, 6차 연습주행도 하지 않았다. 전력노출을 피하기 위해서 윤성빈은 지난달 31일 평창 트랙에서 마지막으로 주행한 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해왔다.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인데다, 평창은 안방이기 때문이다.
거의 보름 만에 평창 트랙에 선 윤성빈은 4차 연습주행을 마친 뒤 “연습은 연습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결과를 얻으려고 온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느낌을 찾으려고 연습하러 왔다”며 “1월에 탈 때랑 느낌이 완전 흡사해서 내일(14일)은 연습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빈이 설 연휴에 한국의 첫 썰매 종목 올림픽 메달사냥에 나선다. 15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빛 질주’를 시작한다. 스켈레톤은 이틀에 걸쳐 네 차례 주행을 한 뒤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3차 주행은 설날인 16일 오전 9시30분, 4차 주행은 같은 날 오전 11시15분에 펼쳐진다.
최대 경쟁자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다. 그는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5회, 월드컵대회에서 8번, 유럽 선수권대회에서 8번 우승을 차지했다. 10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점령했다. 다만 올림픽과 인연이 없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7위,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윤성빈은 올 시즌 들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았다. 6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두쿠르스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에 그쳤다.
한국은 그동안 썰매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적이 없다. 썰매 종목에는 스켈레톤과 루지, 봅슬레이가 있다. 엎드려서 썰매를 타느냐(스켈레톤), 누워서 타느냐(루지), 썰매 안에 타느냐(봅슬레이)에 따라 종목이 갈라진다. 걸려 있는 금메달은 모두 9개다.
스켈레톤은 썰매 종목 가운데 가장 박진감 넘치고 거칠다. 약 1000m 트랙을 평균 시속 100㎞로 달린다. 최고 기록 속도는 시속 145.44㎞에 이른다.
스켈레톤의 썰매는 유리 섬유나 강철로 제작한다. 썰매의 철골 구조물이 갈비뼈를 닮았다고 해서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트랙 벽에 부딪혔을 때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썰매 양쪽 옆에 ‘범퍼’를 단다. 스켈레톤의 썰매는 루지 썰매와 달리 방향 조정장치가 없다. 어깨와 무릎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면서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스켈레톤은 한때 위험하다는 이유로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빠지기도 했다. 때문에 선수들은 안전장구인 헬멧을 특수 제작한다. 윤성빈은 헬멧 전문회사인 홍진HJC에 의뢰해 자신의 두상에 맞는 헬멧을 만들었다. 제작기간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윤성빈의 헬멧에는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인 ‘아이언맨’이 그려져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썰매 탄 아이언맨 오늘 ‘금빛 질주’ 느낌 좋다
입력 2018-02-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