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미국)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1440도 연속 회전을 성공시키면서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이트는 1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7.7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06년 토리노올리픽,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스노보드 종목 최초로 통산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화이트는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선 착지 실수로 4위에 그쳤었다. 최대 라이벌로 평가받던 히라노 아유무(20·일본)는 95.25점으로 은메달, 스코티 제임스(24·호주)가 92.00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높이 6m, 길이 170m가량의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고난도 공중묘기를 겨루는 종목이다. 높이와 기술, 자세 등에 따라 점수가 갈린다. 세 차례 시도 중에 가장 좋은 점수를 비교한다.
결선 경기는 기막힌 반전을 선보였다. 화이트는 전날 예선 경기 1차전에서 93.25점, 2차전에서 98.50점을 얻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 1차 시기에서도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94.25점을 얻었다.
하지만 ‘샛별’ 히라노의 추격은 만만찮았다.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역대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최연소, 일본 스노보드 대표팀 사상 첫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히라노는 2차 시기에서 95.25점을 얻으며 1위로 올라섰다. 반면 화이트는 착지 실수를 범하며 55.00점에 머물렀다. 이대로 끝나면 히라노의 승리가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역시 황제였다. 화이트는 3차 시기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공중에서 네 바퀴를 도는 최고난도 기술 ‘프런트사이드(전방) 더블콕 1440’, 3바퀴 반을 도는 ‘더블 맥트위스트 1260’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경기를 마친 화이트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전광판에 ‘97.75’라는 점수가 찍히자 무릎을 꿇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히라노는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렸지만 화이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화이트의 이번 올림픽 출전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해 10월 화이트는 공중에서 연기를 하다 추락하는 사고로 얼굴이 찢어졌다. 62바늘이나 꿰맨 큰 부상이었다. 그 뒤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화이트는 국가대표 탈락설이 나올 때마다 이를 악물고 올림픽을 준비했다. 지난달 14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100점 만점을 받아 극적으로 ‘평창 티켓’을 손에 쥐었다.
화이트는 전날 결선 진출이 확정된 뒤 인스타그램에 “결승에 진출해 기쁘다. 내가 4년간 고대해 왔던 순간”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금메달로 명예 회복은 물론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평창=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스노보드 황제’의 귀환, 숀 화이트 1440도 연속 회전으로 8년 만에 금메달
입력 2018-02-14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