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슬로프스타일의 레드먼드 제라드(18)와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클로이 김(18)에 이어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숀 화이트(32·이상 미국)가 금메달을 따내자 미국 관람객들은 “USA, USA”를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보다 더 흐뭇한 마음으로 이들을 지켜본 사람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이 아니었을까.
스키나 스노보드로 레이스를 펼치며 공중으로 날아올라 화려한 묘기를 부리는 동계 ‘X-게임(익스트림 게임)’은 북미와 유럽의 청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 3월 프랑스 티뉴에서 열린 동계 X-게임에 150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관중은 6만6200여명이나 몰렸을 정도다.
IOC는 10대와 20대에서 동계올림픽 관심도가 떨어지고 시청자도 줄자 새로운 동력으로 X-게임에 주목한다. 스노보드는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4개의 금메달을 걸고 첫 등장했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금메달이 2개 추가됐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선 금메달이 10개로 늘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남녀 평행대회전, 남녀 하프파이프, 남녀 스노보드 크로스, 남녀 빅 에어, 남녀 슬로프스타일 등 총 10개의 스노보드 세부종목 경기가 열린다.
‘설원의 서커스’라고 불리는 프리스타일 스키는 선수들이 슬로프를 자유롭게 활강하면서 점프와 회전으로 예술성을 겨루는 경기다. 이 종목은 창의성, 자신만의 표현과 개성을 중시한다. 평창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에도 모두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IOC는 더 젊고, 더 역동적인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X-게임 종목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의 경우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스케이트보드 등을 공식종목으로 채택했다. 방송사들이 IOC와 중계 계약을 맺고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거대 기업들이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나서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X-게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다. 이들은 금메달을 따기 위해 운동만 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 달리 개성이 뚜렷하고 자유분방하다. X-게임 선수들이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강릉=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10∼20대는 올림픽 외면? X-게임은 선풍적 인기
입력 2018-02-14 20:31 수정 2018-02-14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