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 응원 덕분에 힘을 냈다”
경기 후 격려 메시지 전하자
노 “오빠, 힘이 돼줘서 고마워요”
연일 정확한 예측 보여줘
동메달 딴 후배 김민석엔
“배짱 있고 완급조절에도 능해”
‘노선영(29)에게는 안쓰러움을, 까마득한 후배 김민석(19)에게는 뿌듯한 자랑스러움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동메달리스트인 이강석(33) KBS 해설위원은 12∼13일 이틀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중계하면서 감정의 폭이 어느 때보다 컸다. 곧 빙판에서 퇴장할 절친 후배의 마지막 길을 보는데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남자 1500m에서 예상치 못한 동메달을 딴 김민석의 놀라운 주행에는 자신의 일인 양 뛸 듯이 기뻐했다.
이 해설위원은 지난 12일 누구보다 가슴을 졸였다. 우여곡절 끝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무대에 선 절친한 후배 노선영이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해설위원은 노선영과 10여년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 해왔다.
이날 노선영은 자신의 올림픽 무대 최고 성적(1분58초75·14위)을 거두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노선영은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여자 1500m에만 4번째 출전했다.
이 위원은 “노선영이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관중, 국민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냈다”며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동생 노진규를 가슴에 담고 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역대급 레이스였다”고 노선영을 칭찬했다.
이 위원은 경기를 마치고 노선영에게 따뜻한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팀추월에서도 열심히 달리면 되니 준비 잘하자”라고 말했고, 노선영도 “오빠, 힘이 돼줘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남겼다. “후회 없는 레이스로 너의 올림픽 최고 기록을 달성한 점 정말 대단하다. 정말 고맙고 고생했어. 선영아.”
지난달 현역 은퇴 후 의정부시청 빙상단 코치로 활동해온 이 위원은 처음 방송 마이크를 잡으며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 위원은 후배들에게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인 만큼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며 “경기 준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 변수에 선수들이 의연하게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빙판을 보며 “지금도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 위원은 “선수 욕심이 남아있지만 이젠 좀 털어버리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설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의 진가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일까. 이 위원은 이번 올림픽에서 정확한 예측으로 놀라움을 안겨줬다. 평창올림픽 개회 전날인 지난 8일 그는 기자와 만나 “남녀 500m, 남자 1500m·5000m, 남자 팀추월, 남녀 매스스타트까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7개의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대회 초반인 지난 13일 김민석이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이 위원은 김민석의 동메달 획득에 대해 누구보다 벅찬 감동을 느꼈다. 아시아인에게 난공불락같던 종목에서 당당히 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김민석에 대해 “어린 나이지만 배짱이 있어 시합에서 주눅 들거나 떨지 않는다”면서 “완급조절에도 능하고 알차게 레이스를 잘해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다”고 평했다.
이 위원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상화와 ‘제2의 이상화’로 주목 받는 신예 김민선 역시 시상대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상화에게 연락이 왔을 때 ‘올림픽 직전 훈련에서 기록이 향상된 것은 정말 좋은 징조’라고 말해줬다”며 선전을 기대했다.
강릉=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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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1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