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머리 감독 단호하고 살뜰한 리더십… 남북 선수 ‘원팀’으로 아울렀다

입력 2018-02-14 18:22 수정 2018-02-14 20:28
사진=뉴시스

일본전을 마친 세라 머리(30·사진) 감독의 표정엔 아쉬움과 자부심이 교차했다. 그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이끌고 ‘유쾌한 반란’을 꿈꿨다. 결과는 아쉬웠다. 3패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단일팀이 일본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터뜨리는 쾌거를 이룬 것은 머리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다.

머리 감독은 14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리에 아직 배고프고 순위결정전도 잘하겠다”며 “골을 넣었을 때 팀이 조금 시끄러웠는데 포옹도 해주고 나니까 선수들이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을 넣은 랜디 희수 그리핀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수비수이고 꾸준히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머리 감독은 남자 아이스하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백지선(51) 감독의 추천으로 26세이던 2014년 10월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더 거칠게 플레이하라”며 순둥이였던 선수들을 ‘싸움닭’으로 바꿔 놓았다. 그의 부임 이후 한국팀은 사상 처음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B(3부 리그)로 승격하는 등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머리 감독은 갑작스럽게 단일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당황했다. 그는 지난달 “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 충격적”이라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단일팀에 관한 전권을 내가 가진다”며 동요하던 한국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이 출범한 뒤엔 북한 선수들도 살뜰하게 챙겼다. 한국 선수들 라커 사이에 북한 선수의 라커를 배정해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남북 선수가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했다. 또 마지못해 북한 선수를 기용한 것이 아니라 정수현처럼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라인에 골고루 배치해 부족한 전력을 채우는 용병술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줬다.

머리 감독은 아버지 앤디 머리의 영향으로 아이스하키 프로선수로 활약했다. 앤디 머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살아 있는 전설이다. 머리 감독이 젊은 나이에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가 있다. 경험이 부족한 그는 수시로 아버지와 전화로 통화하며 조언을 구한다. 체구는 작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그는 논란이 일 때마다 정면에 나서서 진화했다. 머리 감독이 있었기에 단일팀은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났다.

강릉=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