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르셔·킹스버리, ‘무관의 제왕’ 딱지 뗐다

입력 2018-02-13 22:16
‘모굴의 킹’ 미카엘 킹스버리가 12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모굴 경기에 나서 턴을 하고 있다. 킹스버리는 금메달을 차지하며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났다. 신화뉴시스

알파인스키 1인자 마르셀 히르셔(29·오스트리아)가 드디어 올림픽에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이름표를 벗어던졌다.

히르셔는 13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복합(활강+회전) 경기에서 2분6초5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회전, 대회전 등 기술 종목이 전공인 히르셔는 먼저 치른 활강 경기에서 12위에 머물렀다. 많은 이들은 지난 두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던 불운을 다시 떠올렸다.

하지만 오후 열린 회전 종목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명성에 걸맞은 화려한 몸놀림으로 빼곡하게 박힌 기문을 지나쳤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금메달이 확정된 것을 확인한 히르셔는 두 팔을 치켜들고 포효했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무관의 제왕’이라는 불명예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세계랭킹 1위로 ‘모굴의 킹’이라 불리는 미카엘 킹스버리(26·캐나다)도 ‘올림픽 대관식’을 치렀다.

킹스버리는 2012∼2017년 6년 연속 월드컵 종합우승을 이룬 모굴 최강자다. 지난해 1월 생콤 월드컵부터 13연속 월드컵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올림픽 금메달뿐이었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 킹스버리는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같은 국가의 알렉스 빌로도(31)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킹스버리는 12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모굴 경기에 나서 완벽한 기술과 턴을 선보였다. 압도적인 기량 속에 86.63점으로 금메달을 쟁취했다.

경기를 마친 킹스버리는 “많은 월드컵에서 우승했지만 올림픽 우승은 4년마다 한 번이니 더욱 특별하다”며 4년 늦게 이뤄낸 금메달 수상을 자축했다.

김연아 등장 전까지 ‘피겨 여제’로 군림했던 미셸 콴(38·미국)은 각종 세계선수권 대회를 석권했었다. 다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4년에 한 번 치르는 대회에서 완벽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정한다’는 말도 있다. 평창올림픽에선 히르셔와 킹스버리가 선택을 받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