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부패 스캔들 휘말리고
지인 딸 성폭행 혐의로 피소
수차례 퇴진 위기에도 자리를 지켰던 제이컵 주마(75·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이번에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지금껏 자신의 편을 들어주던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완전히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민주화 항쟁에 앞장섰던 투사가 옛 동지들의 손에 불명예스럽게 끌어내려지는 꼴이다.
남아공 SABC방송은 ANC가 12일 13시간에 걸친 국가집행위원회의(NEC)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ANC 당헌에 따르면 NEC는 당원에게 국가 공무원직에서 퇴진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SABC는 이 과정에서 ANC가 주마에게 48시간 안에 자진사퇴하라고 통보했으나 주마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주마는 퇴진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으나 NEC에서 거부됐다.
주마 대통령은 10대 시절부터 백인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ANC 소속으로 싸운 무장투쟁 지도자였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같은 곳에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투옥과 망명을 거듭한 끝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가 폐지된 1994년 ANC 전국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2008년 옛 동지 타보 음부옐롸 음베키 대통령을 몰아내고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주마는 대통령직에 오른 뒤 끊임없이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다. 사저를 꾸미는 데 세금을 유용한 혐의로 2016년 헌법재판소로부터 국고반환 판결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사저 안에 원형경기장과 수영장, 닭장 등을 지으며 쏟아부은 세금은 2억4600만 랜드(약 223억원)에 달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05년 지인의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이 같은 추문 때문에 임기 내내 국회에서 불신임투표가 진행됐지만 ANC의 보호 아래 매번 살아남았다.
주마가 끝까지 자진사퇴를 거부할 경우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야권은 금주 중 불신임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마가 물러날 경우 누가 내년 대선까지 임시 대통령으로 일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범죄백화점’ 주마 드디어 낙마?… 등 돌린 동지들 ‘48시간 최후통첩’
입력 2018-02-1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