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한·미 연합훈련 재연기·축소론에 우려

입력 2018-02-14 05:05

“강력한 대북 압박 수단을
협상 카드로 쓰는 건 위험
동맹을 균열시키려는
北 전략에 말려들 수 있어”


북한의 비핵화 대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연기 또는 축소론이 거론되자 군 일각에선 속 끓는 소리가 나온다.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 수단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대북 협상 카드로 쓰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군 소식통은 13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매우 큰 대북 압박수단이다. 그것을 협상 카드로 꺼낸다면 북한 다루기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훈련 재연기나 축소가 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는 의미다. 또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방어적 차원의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마지막 카드’를 미리 꺼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훈련 재조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앉히더라도 그 이후 북한을 설득할 만한 다른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 훈련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가장 강력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카드를 이미 한 번 썼다”며 “북한이 향후 진행될 남북 협상 초반부터 훈련 중단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협상 자체가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남측에 어떤 요구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북측에 제안했던 내용이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워낙 크고 복잡한 의제가 많아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정이나 규모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정상이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한·미 군 당국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 대해선 “아직은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며 “준비는 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