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 아버지’ 남편은 떠났지만 실직 家長 캠프는 계속 열립니다

입력 2018-02-15 00:03
유수영 목사(오른쪽)가 지난해 추석 즈음 열린 제52차 사랑나라 캠프에서 한 참석자의 발표문을 경청하고 있다. 유 목사가 생전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캠프였다. 민족사랑회 제공

“아무리 교회 운영이 어려워도 후원자가 금일봉을 주면 급한 사람한테 먼저 그 봉투를 건네던 사람, 라이터 불을 켜고 병을 든 채 주정하던 노숙인을 달랬고, 성탄절에 장미꽃과 선물을 들고 용산역 일대 집창촌을 돌며 캐럴을 불렀던 사람….”

20년을 ‘노숙인들의 아버지’로 살다가 지난달 5일 간암으로 별세한 전 민족사랑회 대표 유수영 목사 얘기다. 유 목사의 지인 김인한 서울 미암교회 장로는 고인을 추모하며 민족사랑회 회지 ‘사랑나무’ 최신호에 이같이 썼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백소현 사모는 설 명절을 앞두고 한창 분주하다.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잠깐 만나는 동안 백 사모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려댔다.

“네∼. 15일 12시 출발이고요. 오전 11시30분까지 서울역 13번 출구 앞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남편을 대신해 백 사모가 실직 가장들을 위한 ‘사랑나라 캠프’를 안내했다.

사랑나라 캠프는 유 목사 부부가 1999년 노숙인과 실직 가장들의 공동체 민족사랑회를 설립하고 매년 설날과 추석 등에 열어온 영성훈련 프로그램이다. 생전 유 목사는 가족이 다함께 모이는 명절날 외롭게 혼자 지낼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 캠프를 열 때만 해도 거의 반강제적이었다. 그렇게 관광버스에 올라 캠프장으로 가던 길, 실직 가장들이 함께 목욕을 하면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여기에 말씀 찬양 복음이 들어가니 술을 끊겠다고, 가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이 점차 늘었다.

30년 넘게 거리에서 살던 김모씨는 캠프 참석 이후 공동체에서 반장을 맡고 있다. 성경필사를 하고 이삿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인 고모씨는 3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다. 캠프 참석자 중엔 유 목사의 치료비를 보내온 이들도 있다.

이번 제53차 구정 사랑나라 캠프는 15∼18일 인천 강화군 신덕수양관에서 열린다. 백 사모는 앞으로도 실직 가장, 노숙인 돌봄사역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