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빙속’ 뷔스트, 4연속 개인종목 올림픽 金 대기록

입력 2018-02-13 18:33

스피드스케이팅 女 1500m
日 선수에 0.2초 차이로 金

펠프스·칼 루이스 반열에
개인 통산 10개째 메달도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올림픽. 지난 대회에서 압도적으로 우승한 선수도 안심할 수 없다. 4년간 절치부심한 라이벌과 어린 샛별들이 이들의 자리를 밀어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연속 우승하려면 타고난 재능에 더해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수다. 올림픽대회에서 2번 이상 우승한 선수에게는 ‘황제’ ‘최강’이라는 별명이 붙는 이유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무려 4회 대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다. 네덜란드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레인 뷔스트(32·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뷔스트는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서 1분54초35를 기록하며 당초 강력한 라이벌로 지목된 다카기 미호(24·일본)를 0.2초 차이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뷔스트는 4연속 개인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역대 첫 동계올림픽 선수가 됐다. 하계올림픽에서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총알탄사나이’ 칼 루이스(미국) 등 전설적인 선수들만이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뷔스트는 20세의 젊은 나이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처음 등장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3000m와 15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3000m 금메달, 1000m 1500m 5000m 3개 종목에서 은메달,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무려 5개의 메달을 안고 돌아갔다.

통산 10개째 메달을 따낸 뷔스트지만 이번 대회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이번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1500m에서 다카기를 상대해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제의 자리는 여전히 자신의 것임을 입증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