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 경기 일으키는 北… ‘비핵화’ 말이나 꺼낼 수 있을까

입력 2018-02-13 05:06

이선권 “비핵화, 북·남 문제 아냐”
北, 한·미연합훈련 양상 본 후
대화 복귀·도발 재개 결정할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으로 남북 관계는 전환점을 맞았지만 북핵 문제가 진전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북·미 간 사안이지 남북 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남측이 비핵화 문제를 거론할 경우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대화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와의 인식차가 크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종료 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될지를 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새해 들어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비핵화 문제는 결코 남북이 논의할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왔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 등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북남 사이 문제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우리 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자 이에 대한 의도적인 반발이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측의 비핵화 언급을 ‘북남 관계 개선을 저촉하는 장애’라고도 규정했다. 핵은 포기하지 않은 채 남북 관계를 개선해 얻을 이익만을 취하겠다는 태도다.

과거에는 더 심각한 사례들도 있었다. 북한은 2015년 12월 남북 당국회담 당시 우리 측이 ‘비핵화’를 언급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담장에서 나가버렸다. 이 때문에 회담이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외에도 북한이 우리 측의 핵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우고 있다. 한·미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다. 북한은 2016년 7월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남한 내 미국 핵무기 공개 및 검증,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지, 대북 핵 공격 위협 중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자신들의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양상을 향후 대남 전략의 시금석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훈련을 중단할 경우 핵 동결이나 비핵화 대화 복귀 등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깜짝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미 훈련이 규모 등 측면에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도발을 재개하며 정세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비핵화와 관련한 전향적인 카드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2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주로 논의하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모를 리 없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과 관련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새로운 타협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