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4개월여 만에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 합의 도출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당내 반발과 조기 퇴진론에 대해 “4년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며 못 박았다.
메르켈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협상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실패했다면 오히려 무책임한 일이다. 나는 4년 임기를 위해 출마했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대연정 합의 이후 메르켈 총리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민·기사 연합과 최대 야당인 사민당은 두 달간의 협상 끝에 연정 구성을 합의했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5개월 만에 4연임을 확정지었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은 난민, 노동, 복지 등 쟁점 영역에서 서로 한 발씩 양보했다. 장관직은 기민·기사 연합이 내무부, 국방부, 경제부, 에너지부 등을 맡고 사민당이 재무부, 외교부, 환경부, 노동부, 법무부를 맡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무부를 사민당에 넘기는 일은 힘든 결정이었지만 장관직 구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연정 협상이 결렬된다면 무책임한 일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가 재무부를 사민당에 양보함으로써 오는 20일부터 대연정 협상안을 놓고 2주간 실시하는 사민당 전 당원 투표에서 추인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반면 메르켈 총리와 함께 대연정 추진을 주도한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사진) 대표는 자칫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다. 그는 당초 메르켈 4기 내각에서 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가 협상 타결 이후 입장을 번복했다. 외무장관을 맡는 대신 당 대표직을 안드레아 날레스 원내대표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비판이 일자 슐츠는 다시 외무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당내 권력싸움에서 점차 밀려나는 모습이다. 게다가 슐츠가 오는 3월 당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뒤 대표직 퇴진을 결정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날레스는 오는 13일 당 중앙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獨 대연정 최대 피해자는 슐츠 사민당 대표
입력 2018-02-12 19:23 수정 2018-02-12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