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흑자였던 건강보험재정 당기수지가 올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건강보험공단의 자체 분석이 나왔다. 건보공단은 ‘2018 연간 자금 운용안’을 통해 건보재정 당기수지가 올해 1조2018억원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립금이 19조571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기수지 적자는 그해 보험(요양)급여비 등 총지출이 보험료 수입, 정부지원금 등 총수입보다 많다는 걸 뜻한다.
당기수지 적자 전환은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이 시행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로 전환해 63.4%였던 건보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확대하고 노인·어린이 등의 의료비를 경감해 주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5년간 30조6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수입이 그만큼 늘지 않으면 건보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기수지 적자는 예상됐었지만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적자전환 시기를 2019년으로 예상했었다. 또 문재인 케어가 시행될 경우 건보료를 정부 계획대로 매년 3.2% 인상하더라도 누적 적립금이 2026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는 누적 적립금 사용, 국고지원 확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충당할 수 있어 재정 건전성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재정 추계가 너무 낙관적으로 된 건 아닌지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보장률이 올라 검사·진료비의 본인 부담분이 줄어들면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여 건보재정 부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보장률이 확대되면 환자들에게는 좋겠지만 건보재정 건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수준이라면 지속되기 어렵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건보료를 더 큰 폭으로 올리거나 국고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정부는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지 말고 냉철해져야 한다. 건보재정 추계를 재검토해 필요하다면 보장률과 건보료 인상 폭까지도 보완하는 등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보험료 인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재정 누수를 막을 대책들도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요양급여 부당 청구에 대한 단속, 과도한 의료 이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겠다. 자산과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데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공짜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무임승차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걸러내야 한다.
[사설]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대책 보완 시급하다
입력 2018-02-12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