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GM 생존 가능한지부터 따져봐라

입력 2018-02-12 18:22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자회사인 한국GM의 경영이 어렵다며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원하지 않으면 한국GM을 팔고 떠나겠다고 배수진도 쳤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놓은 대우자동차를 GM은 2002년 4000억원 헐값에 인수했다. 2009년에도 GM은 철수를 압박하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자구노력은 하지 않고 몇 년 만에 또 손을 벌리니 어이가 없다.

한국GM은 직간접 고용 인원이 30만명에 가깝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대량 실직 사태를 방관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도 GM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번에 지원한다고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4년 누적 적자가 2조5000억원을 넘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경영난의 근본 원인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와 판매량 급감이다. GM 본사가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와 오펠 매각을 결정하면서 한국GM의 유럽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 내수와 수출을 합친 자동차 판매량이 2013년 78만518대에서 지난해 52만4547대로 33% 줄었는데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30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20% 정도 올랐다. 노조는 툭하면 파업을 벌인다.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한 민간 기업에 무작정 세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GM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외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도 정부는 고려해야 한다. GM은 2014년 호주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자 호주GM홀덴을 폐쇄하고 호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호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국GM이 자체 경쟁력이 있는지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GM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해왔다거나 이윤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 경영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GM 본사의 자구계획도 보지 않고 지원에 나설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