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기술 탈취 근절책 마련
입증 책임도 대기업에 지우고
기술 비밀유지협약서 의무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는 수법은 전형적이다. 먼저 사업비를 조정하는 데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한다. ‘을’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계약이 끊길까봐 마지못해 자료를 건넨다. 일단 기술을 인질로 잡힌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후려쳐도 반발하지 못한다. 심지어 대기업이 기술만 빼돌리고 중소기업과 계약을 끊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서 소송을 걸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앞으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법·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은 것으로 드러나면 중소기업이 입은 손해액의 최대 10배를 물어내도록 하는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하도급법 등 5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배상금을 기존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늘린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이 만든 제품에 문제가 드러나면 손해를 끼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소비자에게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아울러 당정은 기술탈취 의혹을 받는 대기업에 스스로 결백을 입증할 의무를 지울 방침이다. 이전까지는 중소기업에만 피해를 입증할 책임이 있어 기술탈취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대기업 입증책임 방안은 ‘과잉금지 원칙’과 ‘입증책임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당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자료를 거래할 때 비밀유지협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예외 상황을 최소화하고 기술을 건네받을 때 기술 반환 및 폐기 시점을 명시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TF’를 출범시켜 기술탈취를 막는 컨트롤타워로 삼는다. TF는 이후 중기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중소기업기술보호위원회’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中企 기술 뺏으면 손해액의 최대 10배 물린다
입력 2018-02-1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