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스라엘-이란 싸움판 된 시리아

입력 2018-02-12 05:00
이스라엘 북부 하르두푸 인근에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을 받고 추락한 이스라엘 전투기 F-16 잔해가 흩어져 있다. 이스라엘은 전날 시리아 친정부 무장단체가 운용하는 이란산 무인기가 골란고원에 침입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전투기 8대로 공습했으며 이 중 1대가 추락했다. AP뉴시스
F-16 잔해로부터 약 3.2㎞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리아 대공미사일 잔해. AP뉴시스
이스라엘, 이란 주둔지 공습하다
F-16 전투기 시리아군에 격추돼
보복 위해 시리아에 대규모 폭격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물러난 시리아에 기대했던 평화 대신 전화(戰火)만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터키와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 반군 등이 복잡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벌어지고 전투기가 격추됐다. 전쟁이 잦아들긴커녕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기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서 10일(현지시간) 이란 목표물 4곳을 포함해 12곳을 공습했다. 1982년 레바논 전쟁 이래 가장 큰 공습이다. 귀환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F-16 전투기 한 대가 시리아 정부군에 격추당했다. 조종사 2명 중 1명은 중상을 입었다.

1차 공습에서 이스라엘군은 사막 지역을 공격했다. 시리아 정부군뿐만 아니라 이들의 동맹이자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과 헤즈볼라 세력이 주둔한 곳이다. 1차 공습에서 전투기가 격추당한 뒤 이스라엘군은 재차 공습에 나서 다마스쿠스 인근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이 이란과 시리아 정부군의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시리아 기지에서 날려 보낸 이란 무인기가 이스라엘 영공을 침범해 보복 차원에서 공습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과 시리아 정부군은 해당 무인기가 IS 관련 정보를 수집했을 뿐 이스라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테러 행위”라며 “강력하고 엄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미 시리아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터키, 시리아 정부군과 협력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지난 4일 자국 전투기가 시리아 반군에 격추되자 보복 공격에 나섰다. 사흘 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시리아 정부군 측이 러시아산 탱크 등을 동원해 반군을 공격하자 보복 공습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까지 격화하면 내전이 한 단계 더 심각한 수준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