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이런 것이다’를 한껏 보여준 금빛 질주였다. 7번의 수술도 그의 꿈을 꺾지는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10일 저녁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임효준(22·한국체대)은 2분10초48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말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었는데 뚜렷한 목표가 딱 하나였다. 평창올림픽, 그거 하나 보고 다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꿈을 향해 질주해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건 임효준에게 박수를 보낸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팀은 또 어떤가. 준결승전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레이스 초반 이유빈이 넘어져 다른 선수들과 반 바퀴나 차이가 나면서 최하위로 뒤처졌다. 하지만 이들은 실수했어도 당황하지 않았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한 명, 한 명 앞선 주자를 따라잡으며 눈부신 역주 끝에 4분06초387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뚝이란 표현은 딱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스포츠는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꿈과 도전의 생생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오로지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넘어지고, 다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에게 좌절은 사치다. 임효준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팀이 보여준 도전 정신은 팍팍한 삶과 끊임없는 정쟁에 신물 난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줬다.
평창올림픽은 한국인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민족의 문화유산과 디지털을 접목시킨 개막식은 세계를 홀렸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논란이 있긴 했지만 스위스와의 1차전에서 남북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평창올림픽은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란 슬로건처럼 이념과 체제는 달라도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지구촌 축제가 돼야 한다. 폐막일까지 각국 선수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결과와 상관없이 멋진 승부를 펼치기를 기대한다. 올림픽 기간만큼은 남남갈등이나 정쟁에서 벗어나 품격 있는 대회가 치러질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설] 오뚝이처럼 일어나 달린 평창의 젊은이들
입력 2018-02-11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