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을 찾은 이들은 방한복과 방한모자, 목도리로 온몸을 싸맸다. 두꺼운 스키 고글을 방한 목적으로 쓰고 있는 외국인도 있었다.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아무리 역사적인 날이라 해도 예외가 없었다.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움츠리며 “원래 이곳이 황태덕장 터였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관람객들은 입장 시간을 1시간여 앞둔 9일 오후 3시쯤부터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앞에 모여들었다. 오후 한때 기온이 영상으로 오를 때는 “생각보다 포근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추위를 실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다수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고개를 흔들며 발만 굴렀다. 개회식이 시작된 오후 8시 이후에도 입장권 현장판매가 이뤄졌지만 더 이상 찾아오는 관람객은 없었다.
체감온도 22도를 기록한 지난 3일 모의 개회식 당시만큼의 한파는 아니었다. 다만 평창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곳곳에 설치한 방풍막과 난로가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창원에서 아내와 함께 왔다는 이동근(67)씨는 “외투 안에 핫팩(보온대)을 2개 붙였다”고 말했다. 많은 관람객은 “왜 지붕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올림픽대회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한반도기, 그리고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 장면을 가장 기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타오를 성화를 누가 성화대에 점화할지도 관심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인 관람객의 질문에 응대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처우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개회식을 맞아 한층 힘을 내는 모습이었다.
올림픽플라자 주변 상인들은 하나같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평창’이 선언되던 날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평창 토박이 어상우(46)씨는 2011년 7월 7일 자크 로케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PYEONGCHANG 2018’이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들 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씨는 “내 의무는 대회가 안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서비스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 전문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선화(55·여)씨는 “개최지가 선정될 때 지역 주민들은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다 환호했었다”며 “드디어 올림픽이 열리는데, 날씨도 풀린다니 하늘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입맛에 맞게 맵지 않은 오삼불고기를 메뉴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평창=이경원 심우삼 김성훈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강추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포근”… 풀린 날씨에 안도
입력 2018-02-09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