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개막 전날… 南선 흥겨운 축하공연, 北선 조용한 열병식

입력 2018-02-09 18:23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 나온 북한 여가수들이 흰 저고리에 분홍색 한복 치마 차림으로 첫 곡 ‘반갑습니다’를 열창하고 있다. 강릉=사진공동취재단
북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채 평양 김일성광장을 지나고 있다. 북한은 화성 15형 미사일을 지난해 11월 29일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했다. 뉴시스
강릉,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15년 6개월 만에 방남 공연
인원 역대 최대 140여명
관중 800여명 박수로 환호

실향민 “통일되면 고향에…”


끊어졌던 남북 문화 교류의 다리가 15년6개월 만에 연결됐다.

북한 예술단의 역사적인 공연이 8일 오후 8시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처음이다. 공연에 참여한 북한 예술단원은 140여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은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한국 가요, ‘반갑습니다’ 등 북한 가요, ‘백조의 호수’ 같은 클래식을 선사했다. 사회자는 “하나의 겨레, 하나의 민족이라는 혈연의 뜨거운 정을 안고 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다”며 “통일의 새 시대가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6·15 남측위원회 소속 회원 50여명은 공연 6시간 전부터 강릉아트센터에 모여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한 예술단 공연을 응원했다. 경남에서 왔다는 교사 김윤선(가명·43)씨는 “이번 공연이 7000만 겨레가 하나 되는 통일로 나아가는 계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실향민 이건삼(74)씨는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이며 6세 때 이남으로 내려왔다”며 “예술단 공연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생전 통일이 된다며 고향에 묻히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강릉아트센터는 최첨단 공연 설비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임당홀의 관람석은 998석이다.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등 252명이 초청됐으며 560명은 추첨으로 선발돼 총 관객 812명이 공연을 봤다. 서울과 강릉 공연을 합쳐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한 티켓 공모에는 15만6000여명이 몰려 2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가수와 연주자를 뽑아 만든 악단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1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을 마친 뒤 북한으로 돌아간다.

권준협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공동취재단 gaon@kmib.co.kr

평양, 건군 70주년 행사

작년보다 시간 절반가량 축소
병력 1만3000명 등 5만 동원
신형 ICBM·IRBM 안보여

TV 생중계·외신 공개 안해


북한이 8일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실시했다. 열병식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시험발사했던 ICBM ‘화성 14형’ ‘화성 15형’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등 전략미사일이 등장했다. 행사 시간도 지난해 열병식에 비해 절반가량 줄이는 등 열병식 규모가 일부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오후 녹화방송으로 공개한 열병식 영상에는 맨 마지막 순서에서 화성 12, 14, 15형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등 전략무기가 등장했다.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공개하거나 시험발사했던 무기들이다. 신형 이동식 발사차량(TEL)도 보이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긴장 국면으로 흐르는 것을 의식해 신형 ICBM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실질적인 도발 수단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 열병식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를 좀 넘은 시간까지 실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식전행사 등 열병식 내용 구성에서 다소 축소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에 실시된 열병식보다 행사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열병식은 오전 10시5분부터 낮 12시56분까지 실시됐다.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조선중앙TV를 통해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았으며 외신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열병식에는 병력 1만3000여명을 포함해 5만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군 당국은 첩보위성 등을 통해 입수한 영상 등을 통해 이날 공개된 북한 전략무기에 대한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열병식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처음 실시됐다. 북한은 1978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오다 지난달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을 ‘건군절’로 다시 지정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