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국가수반 김영남, 김여정 각별히 챙겨

입력 2018-02-09 18:24 수정 2018-02-09 22:1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귀빈석 앞줄 중앙에 앉아 있다. 오른쪽으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인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은 문 대통령 부부 바로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평창=김지훈 기자

北 고위급 대표단, 공항서 환담 후 평창으로

김여정, 별말 없이 미소만
환담은 주로 김영남이 주도

함께 방남한 北 남성 3명
백두혈통 김여정 삼엄 경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방남 직후 줄곧 미소 띤 표정으로 우리 측 당국자를 대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가진 환담에서 우리 측 당국자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미소를 보이다가도 이내 굳은 표정을 짓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8일 오후 1시46분쯤 김 위원장의 전용기(편명 PRK-615)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편명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6·15 남북 공동선언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대표단이 이날 이용한 남북 서해 직항로 역시 1차 정상회담 당시 처음 개설됐다.

김영남(90)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여정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 상임위원장은 공항 의전실 환담에서 김여정에게 자리를 먼저 권하기도 했고, 이동 중에도 김여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여정은 환담장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다. 착석 전 김 상임위원장에게 가운데 자리를 손으로 권하며 “먼저 앉으시라요”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미소를 띤 채 대화를 듣다가도 이내 눈을 내리깔며 턱 끝을 들어 올리곤 했다.

환담은 주로 김 상임위원장이 주도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의전실에 들어서며 “여기서 기다립니까”라고 말한 뒤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구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만”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북측 대표단이 검정 코트와 털목도리를 동일하게 착용한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북한 대표단은 환담 후 강원도 평창 진부역으로 향하는 KTX를 타기 위해 역사로 이동했다. 김여정이 역사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자 키가 190㎝로 추정되는 짧은 스포츠머리의 북한 남성 3명이 에워싸고 밀착 경호를 시행했다. 북한 대표단과 함께 내려온 북한 경호원들이다. 김 상임위원장의 경우 국가 정상급인 만큼 우리 측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책임을 지지만 김여정은 정상급 경호를 받지 못한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 경호원들이 방남한 것이다.

북한 대표단이 탄 KTX는 오후 4시45분쯤 진부역에 도착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먼저 내려 김 상임위원장을 에스코트했다. 뒤이어 김여정이 내리자 북한 경호원들이 선글라스를 낀 채 경호를 시작했다. 김여정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열차에서 내렸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취재진이 김여정에게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물었지만 표정 변화 없이 답하지 않았다. 김여정 근처에 있던 남성이 마이크를 치우라는 손짓만 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5시부터 평창에서 주최한 정상 리셉션에 참석했다. 김여정은 리셉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근에서 별도 대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