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천안함 둘러보고 탈북자 만나고… 개막일에도 北압박

입력 2018-02-09 18:23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서해수호관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오른쪽 두 번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청됐던 탈북자 지성호씨(오른쪽)와 이야기하고 있다.평택=사진공동취재단

“10일 밤 北 매력 공세 보게 될 것
그러나 진실 전해지는 게 중요”
北 잔혹성 부각하며 경고 행보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은 국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겨냥해 “전 세계가 오늘 밤 북한의 매력 공세(a charm offensive)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진실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이틀째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펜스 부통령은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탈북자 4명을 만나 “자유를 찾아 남한까지 온 여러분의 용기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여러분은 자유를 갈구하는 수백만의 북한 주민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는 포로수용소가 있고, 주민 70% 이상이 식량지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북한의 폭정을 피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듣고 싶다”며 면담에 참석한 탈북자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2009년에 한국으로 온 한 여성 탈북자는 “저는 28년간 수감됐다 살아 나왔다.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나를 중국에 팔아 3년7개월간 식당에서 일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여성 탈북자는 “언론이 북한 (정권)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백만명의 북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도 함께했다. 웜비어씨는 탈북자 지성호씨를 보자마자 아픔을 나누듯 10초 넘게 포옹했다. 지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목발을 짚고 등장했던 인사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을 ‘감옥 국가’라고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여러분이 증언한 대로 북한은 국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으로 전 세계가 그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날 행보는 대북 압박에 초점을 맞춘 2박3일 방한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백악관의 대북 강경 기조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 면담에 앞서 사령부 내 서해수호관을 방문해 제1·2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련 전시물을 살펴봤다. 그는 탈북자 면담 후 지난해 1월 문을 연 천안함기념관도 찾았다. 이곳엔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전사한 승조원 46명의 사진과 군번줄이 전시돼 있다.

권지혜 기자, 평택=외교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