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아이스하키 오늘 스위스전
선수에게 강요했던 희생 논란 딛고
불과 3주 만에 서로 이해하고 단합
세계 6위 스위스와 한판 대결 별러
감독 “소통 위해 포옹·몸짓 대화”
준비는 끝났다. 이제 실전이다. 지원도, 응원도 없었던 시절의 설움은 장외에 털어버렸다. 갑작스러운 팀 변경으로 사기와 조직력이 떨어질 줄 알았지만 모두 기우(杞憂)였다. 분단의 세월만큼 다를 줄 알았던 ‘둘’은 같은 얼굴과 같은 말을 가진 ‘하나’였다. 부딪쳐 쓰러져도 손을 내밀어 일으키고 같은 언어로 “괜찮냐”고 물으면 얼굴을 붉힐 일이 없었다.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최초의 남북 올림픽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코리아(Corea)’팀 얘기다.
단일팀은 10일 밤 9시10분 강원도 강릉 관동 아이스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갖는다.
이 경기는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의 데뷔전이다. 남북 화합을 이유로 선수에게 강요됐던 희생이 논란으로 불거졌고, 각각의 팀워크를 조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단일팀은 지난달 21일 결성이 확정된 뒤 불과 3주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올림픽 본선까지 달려왔다.
조화를 완성한 ‘지휘자’는 세라 머리(캐나다) 단일팀 총감독이다. 원래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이었다. 머리 감독은 현재 단일팀 분위기를 ‘환상적’이라고 했다. 팀이 이동할 때마다 거리에서 북한 선수들을 자극할 이념문구가 보였고,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오랜 노력을 보상받지 못할 선수가 있다는 논란이 들려왔다. 하지만 머리 감독은 이 모든 논란을 온몸으로 막아냈고 단호한 리더십을 통해 단일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머리 감독은 “북한의 합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며 “단일팀은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통하기 위해 포옹하고 손짓 발짓으로 대화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특별하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박철호(사진) 북한 대표팀 감독의 역할은 모호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불평하지 않고 백업 전력을 관리하며 머리 감독과 소통하고 있다. 머리 감독은 “박 감독이 어떤 제안도 흔쾌히 수용한다. 그가 없었으면 단일팀을 제대로 이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단일팀이 나들이를 떠난 지난 8일 강릉 경포대에서 머리 감독에게 기념촬영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이제 팀불화에 대한 우려는 팀내에서 사라졌다.
단일팀의 첫 상대 스위스는 알프스산맥을 낀 천혜의 조건으로 모든 동계종목에 강세를 나타내는 국가다. 그 중에서 아이스하키는 최고 인기종목이다. 스타급 선수가 대거 포진했다. 골리 플로랑 쉘링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부터 평창올림픽까지 4회 연속으로 스위스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라라 슈탈더, 알리나 뮐러로 무장한 공격진도 막강하다. 스위스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 랭킹은 6위. 한국은 22위, 북한은 25위다.
머리 감독은 스위스와 경기를 마칠 때까지 외부 접촉을 피하고 전력 노출을 차단하고 있다. 출전선수 명단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당초 경기당 3명 안팎이 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더 많은 인원이 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이은지가 부상을 당해 출전이 불투명하는 등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에는 김은향 정수현 려송희 황충금 등 4명의 북한 선수들이 출전했다.
김철오 이현우 기자 kcopd@kmib.co.kr
[주목 이 경기]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 오늘 데뷔전
입력 2018-02-1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