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연쇄 평창외교
접견·만찬 진행 화기애애
펜스, 북-미접촉·남북대화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아
한정 中 상무위원과도 면담
북-미대화 中의 협조 당부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 및 만찬을 함께하며 미국의 대북 접촉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미국의 극적인 태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기존의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추가 대북 제재 필요성도 언급하면서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다각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지금 남북 대화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북·미 접촉이나 남북 대화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논의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펜스 부통령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이 추가 대북 제재를 언급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 내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의견을 이해한 측면도 있고, (기존의 강경한) 본인 원칙을 얘기한 측면도 있다”면서 “그러나 접견과 만찬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 후 김정숙 여사, 펜스 부통령 부부와 함께 만찬을 했다. 김 여사는 펜스 부통령 부인 카렌 여사를 따로 만나 “올림픽이 평화적으로 열리도록 미국이 많은 도움을 줬다”며 사의를 표했다. 펜스 부통령은 2박3일간의 일본 방문을 거쳐 미국 올림픽 대표단을 이끌고 이날 오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청와대에서 40분간 만나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중국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올림픽 이후에도 북한과의 대화가 지속돼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 상무위원은 “한반도 정세 열쇠는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다”며 “한·중 양국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추진하도록 같은 목표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3척 두께의 얼음이 어는 것은 하루의 추위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정세가 복잡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면담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성장의 온기가 우리 기업들에도 미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상무위원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문제와 인적 교류 문제에 대해 함께 노력하자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했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文 대통령 ‘美, 대북접촉 타진’ vs 펜스 ‘기존 대북 강경론 고수’
입력 2018-02-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