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늘어난 집회에 당황
6일 애국당 묵호항 시위 때도
경험 없어 ‘허둥지둥 대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가 잇단 집회·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응원단·예술단 방남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은 ‘평창 아닌 평양올림픽’을 외친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열린 강릉아트센터 주변은 8일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와 애국태극기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본래 집회를 예고한 시각보다 이른 오후 4시쯤 강릉아트센터 근처에 모이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는 500여명으로 신고됐다. 다른 한편에선 북한 예술단을 반기는 시민들이 나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병력 16개 중대를 배치했다. 강릉소방서에서 구급차 한 대도 보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도 빚어졌다. 경찰은 집회 신고 장소인 강릉아트센터 오른편 진입로 육교 근처에서 강릉아트센터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하고 시위대를 막았다. 시위대 중 일부가 육교에서 강릉아트센터 입구로 진출하려고 하면서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여성 한 명이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시위대가 인공기를 불태우면서 경찰이 소화기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려워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입건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경찰은 갑작스러운 집회·시위 증가에 당황하고 있다. 북한 예술단이 탄 만경봉 92호가 지난 6일 오후 동해시 묵호항으로 들어왔을 때 태극기와 성조기로 무장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항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등 50여명은 묵호여객선터미널 너머 방파제까지 이동해 인공기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 한반도기 등을 태우는 화형식이 진행했다.
400여명이나 모인 집회였지만 사전 신고는 없었다. 경찰은 태극기 인파와 물리적 충돌까지 겪었지만 “애초 기자회견이라 했기 때문에 엄밀히 불법시위는 아니었다. 방파제 쪽으로 진입한다는 얘기도 없었고 불시에 일어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묵호여객선터미널 주변에 경찰 5개 중대를 배치하면서도 정작 배가 들어오는 방파제 쪽을 방치한 것은 허술한 대처였다. 경찰 내부에서도 “집회·시위 대응 경험이 적다 보니 대처를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규탄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는 걸 두고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조 대표와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은 지난달 22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방남했을 때 서울역광장에서 인공기 화형식을 열었다. 이후 국민주권연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인공기 화형식을 불법 집회로 판단하고 수사 중이다. 다만 “적기를 불태우는 게 무슨 죄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강릉=이형민 심우삼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우리는 하나” vs “평양올림픽” 쩔쩔 매는 강원경찰… 이런 시위 처음이지?
입력 2018-02-09 05:05 수정 2018-02-18 19:07